[사설] 요양병원 코로나 무더기 확진, 지역 대유행은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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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직원과 환자 등 50여 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산에서 확진자 수가 하루 50명을 넘긴 건 지난 2월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확진자가 속출해 전국 처음으로 동 단위 방역 강화 조치가 이뤄진 만덕동 일대에서 대규모 집담감염이 발생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보건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취약 시설을 중심으로 조용한 감염이 이미 크게 퍼져 나간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선원 16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일단 국내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진자 수가 많아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실정이다.

부산, 하루 50명 이상 감염은 처음
더 퍼지기 전에 ‘핀셋 방역’ 강화를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의 면면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의 확진 판정 후에 병원 직원과 환자 전원이 검사를 받은 결과 확진 판정이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현재로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지난 3월부터 면회가 금지돼 외부인의 출입이 없었다고 하니 출퇴근하는 병원 종사자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요양병원·시설은 이미 전국적으로 여러 차례 집단감염의 악몽을 겪은 곳이다. 더욱 철저한 방역과 관리를 필요로 하는데 되레 코로나 경계심이 흐트러지면서 화근을 부른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병원 입원 환자 절반이 인지력이 떨어진 고령 치매 환자로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요양병원의 이런 특성을 감안한다면 보다 세심한 방역이 이뤄졌어야 마땅하다.

요양병원에 환자를 둔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 연초 이후 제대로 된 상봉 한 번 갖지 못한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여기다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병상난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면서 부산시가 확보한 병상 213개 가운데 123개가 찼다. 특히 요양병원 확진자의 경우 중증 진행 가능성이 큰데 부산의 중환자 병상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거리 두기 조치가 1단계로 완화되는 시점에 부산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산이 전국에서 가장 위험한 코로나19 감염의 새로운 대유행 지대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부산시가 너무 성급하게 거리 두기 완화 조치를 취했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들린다. 부산시가 14일 대책회의에서 밝힌 대로, 요양병원·시설에 대한 철저한 전수검사가 시급하다. 조용한 전파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더욱 강화된 '핀셋 방역'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집단감염이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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