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견제되지 않은 권력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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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원 폴리컴 대표

아일랜드 신경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개코원숭이 실험을 통해 서열이 높아질수록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 분비량도 증가함을 발견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공격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쪽으로 변모했다. 그는 “권력을 쥐면 뇌가 바뀐다. 공감 능력이 약화되고 목표 달성이나 자기 정당성이 강화되고 자기만족에만 집중하게 된다”며 “한 명에게 장기간 권력이 집중될 경우 뇌 구조가 변해 폭주할 가능성이 커진다. 집중된 권력 견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역사의 모든 절대 권력이 오만해지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 설명과 입증이 가능해진다. 민주주의는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존재하는가’ ‘이 정당들이 번갈아 집권하는가’로 판별된다. ‘번갈아 집권’은 책임정치 구현과 더불어 국가 권력을 나누고 견제함으로써 독재 권력 출현을 막는 동시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치 원리다. 견제가 무너지면 권력이 오만해지고, 권력이 오만하면 민주주의 훼손을 넘어 국가 공동체의 안위가 위태로워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적 견제 장치 붕괴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정치적 균형이 무너지면서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채널A 편파 수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 비리 사건 등이 무마되고 있다. 반헌법적 기관이라 비판받는 ‘공수처법’ 모법 개정이 여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실이다.

권력 오만해지는데 견제 무뎌지면
민주주의 훼손·공동체 위기 불가피

인도 네루·베네수엘라 차베스 등
역사적 사례가 온전하게 증명

촛불 정부, 관성화된 권력 반성하고
도덕적 우월감 도취에서 벗어나야



견제가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인도 초대 총리 네루의 딸 인디라 간디 수상은 1976년 부정 선거로 유죄 판결을 받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며칠 만에 시민 권리 정지, 정치적 반대자들의 재판 없는 투옥, 검열 강화, 선거와 정당 활동 금지 조치가 발동되고, 헌법 개정으로 모든 권력이 간디에게 이양되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게 가능했던 건 “개혁을 하려면 정치적 반대자들의 방해와 민주적 제도들을 없애야 한다”는 간디의 선동에 절대다수 국민이 전폭적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견제가 사라진 권력은 급기야 부메랑이 되어 슬럼 지역 폭력적 철거, 산아 제한을 위한 강제 불임 수술 등 국민에 대한 폭정으로 치달았다.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는 집권 후 몇 년간 민주적 절차를 따르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야당은 그의 좌파 포퓰리즘이 사회주의를 만들 것이라 우려해 초헌법적 ‘강 대 강’ 전략에 나선다. 야당은 차베스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군부 쿠데타를 지원하고 의회 선거마저 부정하다 차베스에게 의회를 장악당하고 대중의 지지마저 상실하는 대참사를 맞는다. 견제가 사라지자 고삐 풀린 차베스의 포퓰리즘은 결국 나라를 파탄 지경으로 이끌고 만다. 반면 1830년 분리된 형제 나라인 콜롬비아의 야당은 베네수엘라처럼 ‘강 대 강’의 적대 정치가 아니라 민주적 견제 수단인 의회와 사법부를 강화시켰다. 독재자 우리베 대통령의 3선 도전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로 저지하며 정치적 안정을 찾았고, 2018년 남미 최초로 OECD에 가입하는 등 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있다.

‘촛불 정부’에서 민주주의 붕괴 현상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아기가 울거나 보채면 젖을 물린다. 이게 반복되면 엄마에게 의존해야 하는 자신의 무력함을 잊고 자기 존재가 전능한 줄 착각하는 ‘자아 팽창’ 현상이 생긴다. 전두환 독재에 맞서 직선제를 쟁취했고 참여정부는 물론 사상 초유의 탄핵을 이끌어내며 두 번의 정권을 만든 586들이 자아 팽창감에 노출되어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도덕적 우월감에 젖은 사람들은 부도덕해지기 쉽다. 이미 착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괜찮다 생각하는 심리가 ‘도덕적 면허 효과’다. 여기에 취하면 상대를 부도덕한 패륜 집단으로 모는 반면 자신의 잘못엔 관대해진다. 소련의 공산 귀족 ‘노멘클라투라’ 크메르루주의 ‘앙카’처럼 선과 정의를 외치던 이들이 권력을 갖게 되면 타락한다. 조국, 정의연, 박원순 관련 사건 등을 거치며 만연해진 정권의 ‘내로남불’ 현상은 민주화 세력의 도덕적 면허 효과의 결과가 아닌지 성찰할 일이다.

‘인간은 한계투성이고, 모든 권력은 선하지 않다’는 전제가 정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합의된 룰과 권력 견제 장치를 만드는 것은 누가 권력을 잡더라도 일방적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견제’라는 가드레일이 사라진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초헌법적 사태를 유발한다. 관성화된 권력이 이를 스스로 깨닫는 건 힘들다. 야당이 하루빨리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국민들도 진영 논리에서 빠져나오는 각성을 해야 정치가 제자리를 찾고 민주주의도 지킬 수 있다. 자동차는 브레이크가 없으면 존재 목적이 사라진다. 견제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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