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만이라도 알았으면” 울먹…전화조차 안 받는 병원에 분통
“설에 얼굴 본 게 마지막”
입원환자 가족들 발동동
“지난 설에 보고 못 뵀거든요. 어머니가 검사받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병원에서 연락이 없어요.”
5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에 어머니가 입원한 김 모(62) 씨는 마스크와 장갑을 쓴 채로 14일 오전 11시 병원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김 씨의 모친은 88세로 치매 증상 등이 있어 지난해 입원했다. 지난 13일 오전 병원으로부터 ‘병원 직원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환자 및 직원을 전수검사하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이후 후 병원 측이 이후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해주지 않아 불안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씨는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어 아예 가족과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라 전화를 해서 상황을 확인할 수도 없다. 어찌나 걱정이 되든지, 장갑 2겹을 끼고 직접 나와 봤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 설날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봤다.
김 씨 외에도 요양병원 환자들 가족 10여 명이 병원 주위를 서성였다.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인 90대 어머니를 둔 한 60대 여성도 걱정스러운 눈길로 2시간 넘게 병원 문 앞을 지켰다. 이 여성은 “어머니가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아직 요양병원 안에 있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며 “병원은 아예 전화를 안 받는다. 병원이나 부산시가 진행 상황을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은 병원으로부터 현재 상황과 환자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년 전 해당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둔 보호자 정 모(62) 씨는 “병원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이렇게 많은 환자가 확진을 받은 거냐”며 “면회도 못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병원은 확진자가 빠지나간 병실을 재배치하고 음성 환자들에 대한 격리를 준비하는 등을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서 연락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혜랑 기자 rang@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