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짜리 엄마지만 형사는 나의 천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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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동래경찰서 형사과 형사

“형사를 엄마로 둔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었지만, 저는 형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래경찰서 형사과 박정희(51) 형사는 지난 24년간의 ‘외길 형사’ 생활의 소회를 자신 있게 말했다. 박 형사는 10월 21일 ‘경찰의 날’ 75주년을 맞아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1992년부터 현재까지 28년의 경찰 생활 중 무려 24년을 형사로 현장을 누빈 베테랑 여성 형사다.

24년 동안 현장 누빈 베테랑 형사
살인 등 각종 범죄 8000건 해결
"국민에 확실한 치안서비스 제공"


형사 시절 초기에는 ‘여자가 어떻게 형사를 하겠냐. 얼마나 버티겠냐’는 사회적 편견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편견은 결국 ‘편견’일 뿐이었다.

박 형사가 현재까지 취급한 사건만 8000건가량. 1999년 동래구 한 화학약품 사무실에서 지인을 살해 후 경북 안동호 야산에 암매장한 범인 검거, 2000년 울산 자동차부품 공장서 15억 원 상당을 뜯은 강도 15명을 각각 검거하는 등 예부터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해 왔다. 사회적 편견을 과감히 깨버린 박 형사를 ‘여자 형사’로 보는 직원들은 현재 아무도 없다.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선배 형사, 박정희 형사일 뿐이다.

박 형사는 형사 업무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등 가정일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박 형사는 “어느 날 새벽 강도 사건으로 비상소집이 걸렸고 당시 남편도 출근한 상태여서 아들을 차 뒷좌석에 태우고 출근한 적이 있었다”며 “바쁜 나머지 차에 태운 아들을 잊고 현장에서 한참 일을 보다가 아들이 생각나 급히 달려가니 아무것도 모른 채 곤히 자고 있더라. 미안함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박 형사는 본인을 ‘빵점짜리 엄마’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준 덕분에 지금은 내게 최고의 응원군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박 형사가 처음 형사의 길에 접어들게 된 계기는 집에 든 도둑 때문이었다.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고, 박 형사는 직접 형사가 되어 이같은 범인들을 잡겠다고 다짐했다. 국민들에게 확실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의욕도 컸다. 또 박 형사는 시민과 가까운 경찰이 되기를 바랬다. 그는 지난해 8월 셋방에 불을 지른 한 방화 피의자 A 씨를 검거한 적이 있다. 조사 중 A 씨에게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어린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이 해결됐음에도 박 형사는 약 6개월 동안 관심을 가지고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대한민국 국적을 얻은 A 씨 자녀들은 현재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박 형사의 원동력에는 팀이 있다. 박 형사가 속한 형사과 유향림 팀장 또한 20년 이상 형사 생활을 한 베테랑 여성 형사다. 박 형사는 “한 팀에 여성 형사팀장과 여성 형사가 있어 우스갯소리로 ‘막강 콜라보 투캅스’로 불린다”며 “롤모델인 팀장님과 모든 팀원들로부터 항상 큰 힘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 형사는 시민을 위한 경찰이자 멋진 형사로 남고 싶다고 한다. 박 형사는 “남들은 왜 어려운 형사를 하냐고 묻지만, 나에게는 형사가 천직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팀과 함께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사 박정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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