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대면 시대 부산 영화 축제, 새로운 가능성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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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없는 거센 폭풍우를 뚫고 부산에서 25번째 ‘영화의 바다’가 펼쳐진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21일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퍼스트 카우’ 상영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올해 BIFF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확산으로 영화제 취소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야외상영, 자동차 극장, 바지선 스크린 등 다양한 상영을 준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못하게 된 부분이 아쉽기는 하다. 우여곡절 끝에 BIFF는 올해 열린 세계 영화제 중 가장 많은 상영작 라인업을 갖추고 문을 연다. 올해 BIFF 개막은 갈수록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코로나 방역 성공을 동시에 알리는 쾌거다.

올해 열린 세계 영화제 중 최다 작품 선봬
현지 관객과 함께하는 시사회·GV 최초

코로나 시대에 열리는 BIFF는 ‘비대면 시대 영화 축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스타들이 모이는 화려한 개막식이 없는데도 벌써 역대 최고 수준인 91%의 예매율을 넘어섰다. 감독이나 관객, 너 나 할 것 없이 BIFF가 열리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관객이 스크린의 QR코드를 찍어 채팅방에 입장한 뒤 오픈 채팅으로 질문하면 감독이 온라인으로 답을 하는 관객과의 대화(GV)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멀리 태국과 베트남에서 부산과 같은 시간에 시사회와 GV도 동시에 개최한다니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스쿨 타운 래퍼’는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상영)로 태국과 부산에서 동시에 공개된다니, 현지 관객과 함께하는 GV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식 바로 다음 날에는 부일영화상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로 벌써 29회째를 맞은 국내 최초 영화상이다. 부일영화상 시상식 또한 올해는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 맞춰 수상자와 시상자를 포함한 소수의 인원만으로 개최된다고 한다. ‘남산의 부장들’ ‘벌새’ ‘유열의 음악앨범’ ‘윤희에게’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 쟁쟁한 5개 작품이 최우수작품상을 놓고 경합하는 가운데 16개 부문 수상자가 누가 될지 궁금하다. 부일영화상은 코로나로 인해 영화 제작이 중단되거나 연기되어 어려움을 겪는 많은 영화 관계자에게 큰 격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영화제에는 레드 카펫, 화려한 개·폐막식,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가 없다. 영화제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영화배우를 만나야 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세계 영화인과의 약속, BIFF를 기다리는 부산 시민을 비롯한 영화 팬들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신인 감독들이 코로나로 인한 영화산업의 침체 상황 속에서도 완성도 높은 신작을 만들어 BIFF의 라인업이 더 든든해졌다는 평가다.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겪는 무기력증과 우울증 해소에 도움을 줄 영화도 다수 준비되었다고 한다. BIFF 안전하게 즐기기는 코로나를 이겨 내는 상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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