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77. 아쉬워라 표준사전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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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자장면: 고기와 채소를 넣어 볶은 중국 된장에 비빈 국수.

국립국어원이 1999년 찍어 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 뜻풀이는 이랬다. 이 풀이는 개정판인 웹사전에서 이렇게 바뀌었다.(2011년에 짜장면도 복수 표준어가 됐다.)

*자장면/짜장면: 중국요리의 하나. 고기와 채소를 넣어 볶은 중국 된장에 국수를 비벼 먹는다.

좀 더 보충이 된 것. 한데, 이런 뜻풀이는 어떤가.

*짜장면: 중국요리의 하나. 중국 된장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볶아서 만든다.

이러면, 누가 봐도 이상하다 할 터. 짜장면을 중국‘요리’라고 해 놓고선 짜장 소스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데, 표준사전엔 이런 엉성한 뜻풀이가 진짜로 있다.

*양장피(兩張皮): 중국요리의 하나. 전분으로 만든 얇은 판을 두 겹으로 겹쳐서 만든다.

보다시피, ‘중국요리의 하나’라고 해 놓고는 정작 요리가 아니라 재료에 관해 설명한다. 즉, 전분으로 만든 얇은 판을 두 겹으로 겹쳐서 만든 것은 ‘요리 양장피’가 아니라,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 양장피’인 것. 그러니 표준사전 뜻풀이는 ‘위키백과’의 이런 설명보다 못한 판이다.

‘양장피(兩張皮)란 전분을 이용해서 만든 피(皮) 두 장[兩張]을 겹쳐 만든 피(皮)를 뜻하기도 하고, 양장피와 야채 등을 곁들여 겨자소스를 부어 섞어 먹는 중국요리를 칭하기도 한다.’

저렇게 이상해진 곡절을 알려면 표준사전보다 먼저 나온 사전들을 봐야 한다.

*양장피 잡채(兩張皮雜菜): 뜨거운 물에 불린 양장피를 적당히 찢어서 접시에 깔고 그 위에다 돼지고기·양파·당근·부추 등을 볶은 잡채를 담은 중국 음식.(금성판 <국어대사전>)

*양장피 잡채(兩張皮雜菜): 뜨거운 물에 담가 불린 양장피를 알맞게 찢어서 접시에 깐 다음 … 돼지고기·양파·당근·부추 등을 볶은 잡채를 복판에 담은 중국 요리. 한데 섞어서 작은 접시에 덜어 먹음.(이희승 편저 <국어대사전>)

이렇게 ‘양장피 잡채’였던 요리 이름을 ‘양장피’로 바꾸면서 재료와 요리가 헷갈리는 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표준사전 뜻풀이는 이렇게 정리하는 게 해법일 듯.

*양장피(兩張皮): ①중국요리 양장피에 들어가는 재료. 전분으로 만든 얇은 판을 두 겹으로 겹쳐서 만든다. ②중국요리의 하나. 물에 불린 양장피와 마른 해삼, 채 친 여러 가지 채소 따위를 접시에 둥글게 깔고 소스를 부어 섞어 먹는다. 주로 겨자소스를 쓴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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