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방역, 복지시설 폐쇄와 격리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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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14일 부산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총 53명 규모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실이 발표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하향 조정 발표 직후였고, 부산 최대 집단감염이라 더 충격을 주고 있다. 병원은 코호트격리 조치됐고, 정부는 전국 요양병원, 노인요양시설 등에 대한 전수검사 실시를 발표했다.

사실 복지시설 집단감염 발생은 전혀 새롭지 않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시작해 노인, 장애인 생활시설 집단감염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때마다 정부와 지자체는 집단감염 고위험 사회복지 생활시설에 대한 특단의 관리, 철벽 방어 조치를 외쳤다.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K-방역시스템 속에서, 도대체 왜 복지시설 집단감염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인가. 복지시설 집단감염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철통 ‘K-방역’에도 사라지지 않는
복지시설 집단감염 해법은 없을까

집단거주 시설 방역 대책으론 한계
고립·격리·시설 폐쇄가 능사 아냐

지역사회 돌봄 등 개선책 모색하고
지속 가능한 돌봄 시스템 구축해야


첫째, 집단거주 시설은 본래 집단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 노인·장애인 시설은 실내 집단생활이 기본이다. 애초에 물리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하다. 2017년 2월 의료법령을 개정해 요양병원 병실당 6개 이상 침상을 두지 못하게 규정했으나, 2019년 한 병실에 병상이 14개 이상인 요양병원이 400곳이 넘었다. 장애인 생활시설도 2011년, 정원 30인을 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했으나, 30인 이상 생활하는 시설이 300개가 넘는다.

사실 집단감염 이전에 집단수용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시설에 대한 방역을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집단감염을 막는 근원적 해법이 결코 될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사회 속에서 돌봄이 필요한 많은 이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었다. 복지시설 집단감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방역 대책을 넘어서 고질적 문제들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좁고 밀집된 공간에서의 집단생활,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문제, 열악한 인력과 재정지원 문제를 개선하는 것. 근본적으로는 탈(脫)시설 해야 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충분히 돌봄 받고 교류하고 참여하면서 면역력, 적응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만이 근원적 해법이다.

둘째, 방역을 위한 시설 폐쇄와 격리가 집단감염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음이 확인됐다. 2월 말, 사회복지시설 휴관 조치가 발표됐다. 지침에 따라 시설 입소자의 면회, 외출, 외박이 금지됐다. 폐쇄를 더 철저히 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아니다. 계속되는 시설 집단감염은 시설 폐쇄가 능사가 아님을 방증한다.

시설 폐쇄 조치의 인권침해 문제는 거론조차 안 됐다. 수만 명의 노인, 장애인 등 시설 거주자가 증상이 없는데도 고위험집단으로 규정돼 일방적으로 격리가 됐다. 당연한 조치였을까.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다수 사람이 일상에 제약을 받았지만, 외출하고 가족을 만날 때 허락을 받지는 않았다. 생활시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집이다. 감염병 확산만 막을 수 있다면 이런 조치는 정당한가. 고립과 격리가 면역력을 더 떨어뜨리지는 않았을까.

이 조치는 복지시설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시선과 태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사람 대신 바이러스가 중심이었다. 감염병 차단에 급급해, 시설 거주자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외면했다. 복지시설에 대한 불필요한 혐오와 공포도 부추겼다. 복지시설이 고위험시설이고, 집단감염의 온상이라는 것은 드러난 팩트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드러나지 않은 진실에 주목해야 한다. 복지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 문제를 더 악화시킨 방역 대책이라는 구조적 맥락이 고려되지 않은 팩트는 진실도 아니고 폭력적이다.

마지막으로, 집단감염과 같은 위기는 관(官) 주도의 일방적 행정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이 확인됐다. 정부 지침과 실제 지역, 시설이 처한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고, 그 간극을 메워야 할 책임이 지자체에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정부 지침을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현장과 소통하면서 그것을 지역과 시설 상황에 맞춰 실제 작동시키려는 책임성과 의지는 없었다. 고위험시설이라는 불필요한 낙인은 있었지만, 위험 수준에 걸맞은 전폭적인 방역물품 지원과 종사자에 대한 방역수칙 교육은 없었다. 위기 상황에 더 큰 힘을 발휘해야 할 민관 협력은, 있던 존재감마저 상실했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감염병 팬데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재난에 대응하는 일상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설 폐쇄, 격리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재난 상황에도 일상의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돌봄은 안전하게 지속하여야 한다. 이제라도 부산시가 복지 현장과 소통하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책임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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