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항 특송장’ 발목 잡는 관세행정, 제도 개선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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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부산 용당세관에 ‘해상 특송화물 통관장’(이하 특송장)이 문을 열었을 때 부산시민들의 기대는 컸다. 특송장은 소비자들이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물품을 운송·처리하는 물류센터다. 비록 임시 개장이지만, 부산항에도 특송장 시대가 열리면서 부울경 주민의 소비 편의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향후 2년 내에 부산항 특송장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300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용역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지금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차별적인 관세행정이 부산항 특송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에 비해 통관 수수료 지원 차별적
부산항 도착 화물만 취급 지침도 문제

차별의 하나는 신규 특송장 활성화를 위한 통관 수수료 지원책이다. 현재 해상 특송화물의 통관 수수료는 건당 800원인데, 부산항 특송장의 경우 개장 첫 1개월은 무료, 이후 2개월은 50% 할인이라는 3개월간의 지원책만 제공됐다. 그런데 지난해 개장한 평택항 특송장은 11개월간 월 10만 건 이상 유치 업체에 건당 300원의 할인 혜택을 줬다. 업계에선 3개월짜리 반짝 지원책보다 평택항처럼 1년 가까운 지원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평택항은 장기 지원책으로 알리바바 등 중국의 물량을 대거 유치할 수 있었던 반면, 후발 주자인 부산항의 경우 단기 지원책이 오히려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부산항 특송장은 ‘부산항 도착 화물’만 통관 대상으로 제한한다는 점이다. 타 지역으로 가는 화물은 처리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특송장에 그치라는 이야기다. 이는 관세청 내부지침으로 정해 놓았다는데, 갓 시작한 특송장이 많은 물량을 취급하다가는 불법 물품 반입 등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 부산항 특송장이 임시 운영 중이지만 향후 처리 물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정상 운영하겠다고 한다. 물량이 많이 늘어나면 정식으로 개장해 주겠다면서 정작 실제 운영에서는 물량이 늘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셈이다. 모순된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2017년 285만 건이었던 국내 해상 특송화물 물량은 올해에는 9월 기준 1570만 건에 달할 정도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산항은 그런 엄청난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소외돼 왔다. 특히 세계 10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 3개를 보유한 중국발 해상 특송화물은 거의 취급하지 못했다. 글로벌 물류 허브를 지향하는 부산으로선 뼈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인천항 등 수도권에 집중된 해상 특송 수요를 부산항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 임시로 운영 중인 부산항 특송장을 하루빨리 정식 개장하고, 획기적인 지원책 등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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