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시에도 ‘지균’ 도입… 지방 고교에 문 더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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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부터 지역 고교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일보 DB

2023학년도(현 고1 대입)부터는 지역 고교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16개 주요 대학 정시 확대 방침이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서울대가 이를 만회하는 ‘묘책’을 내놓았다. 다른 대학들의 입학전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23학년도 대입 전형 발표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
교육계 “공교육 정상화 기여” 환영


■정시 지역균형전형 신설

29일 서울대가 발표한 ‘2023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예고사항’에 따르면, 정시에서도 지역균형전형(이하 지균)이 신설된다. 기존에는 수시모집에서만 지균 전형을 실시해 왔는데 정시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학교별로 수시에 2명, 정시에 2명을 추천하게 돼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는 학생이 배로 늘어난다.

서울대는 최근 몇년간 정시 일반전형에서 지역 편중현상이 심해져 정시에도 지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대 입시 결과를 보면, 정시 최초합격자 중 서울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7학년도에는 38.3%였는데 2020학년도에는 45.9%까지 늘어났다.

수시모집에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였던 것을 3개 영역 등급 합 7등급 이내로 대폭 완화한다. 부산시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은 “서울대에 수시 지원한 학생들 중 40%가량이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해 떨어졌는데, 최저가 이렇게 대폭 완화되면 지방 학생들의 합격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반겼다.



■정시 교과평가 도입

이번 2023학년도 서울대 대입전형 예고에서 정시 지균 신설 못지않게 파격적인 사항이 정시 ‘교과평가’ 도입이다. 이는 교과전형과는 다른 개념이다. 교과전형이 성적을 정량평가하는 개념이라면, 교과평가는 과목이나 교과성취도, 세부능력과 특기사항 등을 모두 보는 정성평가다. 사실상 수시모집에 있는 학생부 전형을 정시에 가져온 것이다.

지난해 정부 정시확대 방침에 따라, 사실상 수능 성적만 좋으면 소위 명문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져 강남 학생들을 위한 정책, 공교육을 무너뜨리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는데 서울대가 이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권 과장은 “서울대가 2015년 개정교육과정과 2022년 고교학점제의 안착에도 기여하고 공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하는 여러 가지를 만족시키는 묘수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부산의 한 교사도 “서울대의 이번 발표가 학교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면서 “수능 위주의 교육이나 점수 잘 받는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학교 기본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 역행 우려도

‘과거 교육’으로 회귀하는 교육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 주요 대학 입시에서 지방 학생들이 앞으로 더 소외될 수 있는 구조를 차단했다는 점 등에서 상당수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대 방침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내년 4월까지만 발표하면 되는 2023학년도 대입전형 변화내용을 몇 개월이나 앞당겨 올해 10월에 발표함으로써 다른 대학들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호평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승인이 남았다는 점과 교육부에서 다른 형태로 제동을 걸 가능성 등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한 학생부 종합전형의 서류평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깜깜이 전형’ 우려가 큰 만큼 이번 교과평가에서는 이 부분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현정 기자 edu@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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