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프로축구 K리그1 무대에 복귀했던 부산아이파크가 1년 만에 다시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부산은 지난달 3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파이널B 27라운드 최종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 내리 두 골을 내주며 성남 FC에 1-2로 역전패당했다. 5승 10무 12패 승점 25점에 머문 부산은 잔류 경쟁을 벌였던 성남(승점 28)과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27)에 밀리며, 최하위로 추락해 K리그2로 밀려났다.

인천·성남에 역전패 2부 강등
27경기 25골 득점 부문 9위
공격 축구 실종 시즌 5승 그쳐 




이날 경기 직전까지 부산은 세 팀 중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최하위 인천보다 승점 1점이 앞섰고, 성남과는 승점은 같았으나 다득점(24-22골)에서 두 골 많아 성남전을 비기기만 해도 1부리그 잔류가 가능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부산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부산은 전반 31분 이동준의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려 앞서갔지만, 후반 20분과 32분 성남 홍시후와 마상훈에게 연속 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지난 주말 인천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인천과 경기에서도 부산은 전반 이동준이 선취 득점했으나, 후반 1분 사이에 내리 두 골을 내줘 역전패했었다.

사실 올 시즌 중반까지 부산의 강등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7경기 무승에 그쳤지만, 8라운드 인천전에서 첫 승을 거둔 뒤 상승세를 타며 한때 6위까지 올랐다. 파이널A(1~6위) 진입의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 접어든 여름 무렵부터 패배가 늘어나더니, 파이널B로 밀려났고, 결국 강등의 굴욕을 다시 겪게 됐다. 13라운드부터 27라운드 최종전까지 부산이 거둔 승수는 단 2승(4무 9패)에 불과했다. 파이널라운드 5경기에서도 1승 1무 3패에 그쳤다. 시즌 전체로도 단 5승밖에 못 올려 K리그1 12개 팀 중 가장 승수가 적었다.

이번 시즌 좌절의 가장 큰 원인은 ‘득점력 실종’이었다. 부산은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가장 많은 73골을 넣어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 축구’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올 시즌엔 27경기에서 겨우 25골만 기록해 득점 부문 9위에 그쳤다. 수비가 좋은 것도 아니어서 실점(38점)은 네 번째로 많았다.

팀 내에서 두 자릿수 득점 선수는 1명도 없다. 토종 스트라이크 이정협은 단 6골(2도움)에 그쳤고, 이동준 5골, 호물로도 4골에 머물렀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공격수 빈치씽코와 헤이스는 1골도 넣지 못했다. 헤이스는 단 1경기 출장 후 중도 퇴출됐고, 빈치씽코는 교체 멤버로 간간이 얼굴을 보일 뿐이었다.

조덕제 감독의 중도 사퇴란 악재도 겹쳤다. 조 감독은 파이널B 첫 경기였던 강원 FC전 0-2 완패 후 자진 사임했고, 대신 이기형 대행이 지휘봉을 잡아 파이널라운드를 이끌었다. 부산은 내심 이기형 대행 체제에서 반등을 기대했으나,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꼴찌로 떨어진 부산은 내년 시즌부터 다시 K리그2에서 힘겨운 ‘승격 전쟁’을 벌여야 한다. 부산은 2015년 K리그1에서 11위에 그친 뒤 수원 FC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강등된 뒤 1부 승격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2016년엔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했고, 2017년과 2018년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상주 상무와 FC 서울에 져 K리그1 복귀가 무산된 바 있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2위에 오른 뒤 승강 플레이오프의 난관을 뚫고 기어코 1부리그 복귀에 성공했으나, 또다시 2부로 떨어지며 차가운 겨울을 맞게 됐다. 정광용 기자 ky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