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대형 영화제의 국제 표준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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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영화연구소 BIFF 결산 좌담회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근에서 부산대 영화연구소와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부산대 영화연구소 김민우 문채화 김충국 연구원, 문관규 소장, 김채희 강지원 연구원. 최윤정 인턴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오프라인에서 관객과 대면하겠다는 뚝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 코로나 상황에서 벗어나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가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을 하루 앞두고 만난 부산대 영화연구소 연구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부산일보>는 올해 BIFF를 결산하기 위해 부산대 영화연구소와 함께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근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문관규(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 소장을 비롯해 강지원 김민우 김충국 김채희 문주화 연구소 전임연구원이 참석했다.

추후 GV 육성·채팅 질문 혼용을
양적 경쟁보다 작품 엄선 바람직
유튜브 접속 포럼, 어젠다에 집중
복잡한 예매 시스템 개선 필요

■방역·GV·포럼비프 ‘훌륭’

김충국 연구원은 “코로나가 장기화된다면 띄어 앉기, 티케팅, 관객과의 대화(GV)에 이르기까지 부산영화제가 대형 영화제의 국제적 표준이 될 만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체로 화상 GV에 대한 높은 평가가 많았다. 올해 GV는 오픈 채팅으로만 질문할 수 있었다. 문주화 연구원은 “텍스트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인스타 라이브와 비슷하고 요즘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과 잘 맞다”면서 “다양한 질문이 올라왔고 실시간으로 질문의 ‘좋아요’ 숫자를 확인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의 고민과 반응을 살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채희 연구원은 “코로나 상황이 아니어도 추후에 육성 질문과 채팅 질문을 섞어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관규 소장은 “코로나가 진정돼도 화상 GV 게스트와 초청 게스트를 구분하면 예산도 절감될 것 같다”면서 “이전에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상영) 초청작 수 같은 양적 경쟁을 했다면 이번엔 불가피하게 소수 작품을 엄선한 점이 좋았고 앞으로 부산영화제가 냉정하게 성찰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남포동에서 열린 커뮤니티비프에 대해서 김민우 연구원은 “사람들이 원하는 영화를 틀고 GV도 만들어 나가는 관객 참여형 영화제라는 점에서 좋았고 코로나 상황에도 취소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포럼비프도 높게 평가했다. 문관규 소장은 “유튜브에 접속해 관객도 질문할 수 있었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니 학술적 어젠다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 이후에도 이 방식으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지원 연구원은 “보통 낮에 진행돼 영화 상영과 포럼 중 선택해야 했는데 유튜브에서 1주일간 공개되니 시간과 관계없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통역이나 자막 서비스는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예매 시스템·인력 ‘개선 필요’

올해 선정 작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충국 연구원은 “올해 개막작 ‘칠중주: 홍콩이야기’는 홍콩에 대한 회고적 기억을 담았는데 홍콩 현실에 대해 눈감는 퇴행적인 작품이어서 개막작으로는 갑갑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강지원 연구원은 “다큐 작품을 상영하는 ‘와이드 앵글’ 섹션은 원래도 인기 섹션은 아니지만, 올해는 시민 평론가도 운영하지 않고 작품당 한 번만 상영하다 보니 좋은 작품이 많았음에도 예매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고 전했다.

김채희 연구원은 “거장의 작품을 초청하는 ‘아이콘’ 섹션이 좋았지만 그만큼 ‘월드시네마’ 섹션이 약해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공통적으로 예매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주화 연구원은 “예매를 할 때마다 카드 정보나 개인 정보를 계속 입력해야 하는 등 관객들은 많은 영화를 보고 싶은데 시스템에 막히는 기분이었다”며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연계하면 편의성 차원에서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회원제로 DB를 구축해 예매 편의를 돕거나, 전주국제영화제처럼 수강 신청하듯 작품을 담고, 나만의 예매 시간표를 볼 수 있게 만드는 등 관객 친화적인 예매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매표소를 운영하지 않으면서 온라인에 친숙한 젊은 관객만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단기 스태프를 채용해 영화제가 치러지다 보니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채희 연구원은 “오픈시네마 예매가 되지 않는 사고가 났을 때 전화해도 아무도 받지 않았다”며 “예매 지연 공지가 늦어 서비스 차원에서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영화제 도입 필요성도 전했다. 김민우 연구원은 “코로나 장기화를 대비해 베니스(베네치아)영화제처럼 온라인에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숫자의 관객이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유료 상영하는 방식을 내년부터 도입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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