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조선산업 침체, ODA로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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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최빈국에서 경제 규모 세계 11위로 발돋움한 우리나라는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개발위원회에 가입해 공식적으로 공여국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나라의 2021년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요구 규모는 세계 16위에 달한다. 4조 793억 원, 1655개 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ODA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개도국에 대한 병원 건립, 태양광 발전소 건립, 항만 건설 등이 있다. 원조를 받는 국가의 빈곤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공여국에는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 마련 효과가 있다.

수출 기여도 급락하며 실업난
한국 기술 도입 희망 국가 다수
우수한 조선 퇴직 인력 파견
상호협력 땐 신시장 창출 가능

산업기술·에너지 ODA는 2012년 사업 시작 이후 국내 기업 82곳의 신흥국 제품 수출, 현지 에너지 프로젝트 수주, 현지 거점 구축 등 우리나라 기술이 해외로 진출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베트남 농기계 개량·보급 사업을 통해 우리 중소·중견기업은 2025년까지 2018억 원의 부품 수출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콰도르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업은 생태계의 보고인 갈라파고스 제도의 화석연료 제로화를 위한 120만 달러의 시공계약 수주 성과를 달성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섬과 같은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독립 전력망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에너지 저장장치로 이뤄진다.

그동안 조선산업은 ODA에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국내 조선 및 조선기자재 산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ODA를 통한 신시장 창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LNG(액화천연가스) 탱크 컨테이너와 운반선을 활용한 발전기술은 실증을 마치고 국내 도서 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앞당기고 있어 유망해 보인다. 이 기술은 섬이 많은 국가나 지역에 적용이 가능하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일부 개도국에서는 LNG 탱크 컨테이너 및 운송선 기술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은 초기 투자비용 조달이 어렵고, 법이나 제도적인 흠결도 있어 단기간 내의 기술 도입은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산업기술 ODA제도를 활용한다면 개도국의 기술 도입을 앞당기고, 첨단 친환경 기술 전파로 ‘에너지 오지’를 줄일 수 있다. 친환경 LNG 에너지 전환을 통해 개도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내 중소형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업계의 신시장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산업은 2011년 수출 565억 9000달러로 수출 기여도 10.2%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수출 201억 6000달러로 수출 기여도 3.7%로 급락했다. 한때 조선 인력은 20만 명을 넘어섰으나 최근 10만여 명 수준으로 절반가량 급감해 조선 전문인력의 유출과 실업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숙련된 조선 전문인력의 유출 방지와 새로운 일감 발굴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2010년 조선업 호황기 시절에 열악한 선박 건조 환경을 극복하면서 생산기술 향상과 현장 맞춤형 공법 개발에 노력했던,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주로 유출되고 있는 게 최근의 문제점이다. 과거에 도크 길이의 한계를 극복한 ‘댐 공법’, 좁은 공간을 극복하기 위한 ‘육상 건조 공법’, 도크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테라블록 공법’ 등의 기술을 개도국 조선소 개선에 투입한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개도국의 조선산업 생태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의 ‘신남방·신북방 정책’ 대상 국가들 중에는 자국 내 조선소의 현대화와 우수한 조선기술 도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이 있다고 알려진다. 이들 국가를 타깃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우수한 퇴직 인력을 파견해 선진 조선공법을 전수하고 조선소 환경을 개선한다면 개도국의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조선 및 조선기자재 산업이 설계·감리 엔지니어링과 높은 수준의 기자재를 서비스한다면 국가 간 상호협력 생태계 구축을 통한 조선산업의 신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50년간 127억 달러(현재 약 70조 원)를 지원받던 가난한 국가에서 세계 공여 규모 16위, ODA 연평균 증가율 1위의 국제 원조를 주도하는 국가라는 높은 위상을 갖게 됐다. 이 같은 위상에 걸맞은 ODA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개도국과의 상생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세계 1위를 수성 중인 한국 조선산업은 우수한 기술을 개도국에 전수하고 해외 일자리를 창출해 새로운 형태의 조선 및 조선기자재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조선 분야 ODA가 그 첨병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

/천정민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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