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대면 시대 문화 행사 모범 보인 ‘드라이브포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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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문화라고 예외는 아니다. 부산 시민의 ‘코로나19 블루’ 해소를 위해 가 지난달 24일부터 부산항 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2020 드라이브포트시네마’가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 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폐막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도 상영 횟수와 입장객 제한으로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관람객은 줄었지만 역대 최대의 좌석 점유율 92%를 기록했다. 시민·관객들은 영화를 포함한 문화 행사에 목말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대면 시대에 충분히 모범이 될 만한 사례들이다.

25회 BIFF도 ‘안전한 영화제’ 새 기록
코로나 시대 극복할 다양한 시도 주목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많은 시민이 걱정하는 것은 안전 문제다. 드라이브포트시네마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서 국내 최초로 개설된 항구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의전당 야외무대 스크린과 맞먹는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선 모든 차량 탑승 인원에 대해 발열 체크를 시행했다. 심지어 주차장 인근에 배치된 푸드트럭 음식을 모바일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주문·결제한 뒤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 시대 가장 안전한 영화관’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예년의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25회 BIFF도 코로나 시대 ‘안전한 영화제’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오프라인 형태로 개최를 결정한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영화의전당 건물 외관을 모두 통제하고 8개 게이트만 운영했다. 각 게이트에서는 발열 체크, 전자출입명부 작성 등을 실시했다. 티켓 예매와 입장은 모바일 티켓만 가능했다. 이러한 철저한 방역 덕분에 코로나 확진자는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예매 시스템의 불편이 없었던 건 아니다. ‘줌’을 활용한 국내외 온라인 게스트와의 만남(GV)은 더욱 풍성한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다. 향후 온·오프라인을 결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 봄 직하다.

장기간 지속하는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일상 활동의 제약으로 시민들은 심신이 피로해지는 ‘코로나 블루’ 현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복지부동의 문화정책으로는 뾰족한 답이 없다. 예년의 성과엔 미치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시도하고, 개선해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 행사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당장 오는 7일 개최 예정이던 제16회 부산불꽃축제는 취소로 결정 났지만, 하반기에 일정이 잡힌 제5회 부산원도심골목길축제, 제13회 부산항축제, 제12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 2021 시민의 종 타종행사 등은 단계별 방역 수칙과 안전관리 계획을 철저히 세운 뒤 추진하겠다는 게 부산시 방침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코로나 시대 비대면 문화 행사의 새 길을 열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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