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장관 작심 비판에 ‘온라인 연판장’ 돌린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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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SNS에 올린 글. SNS캡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비난한 평검사를 공개 비난하자 일선 검사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집단행동을 벌일 땐 2012년 벌어진 ‘검란(檢亂)’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법조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8일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이었다. 이 검사는 추 장관의 검찰 개혁을 두고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비판했다.

제주지검 검사 秋 비판글이 발단
조국·추미애, 검사 자성 촉구 글
검사 200여 명 실명 댓글로 반발
2012년 ‘검란’ 재연될까 우려도

그러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SNS에 ‘추미애 장관을 공개비판한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게시물과 기사를 올렸다. 기사는 이 검사가 2017년 동료 검사의 약점 노출을 막으려 피의자를 구속했다는 의혹을 담고 있었다. 추 장관은 곧장 이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썼다.

조 전 장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명박의 BBK 무혐의 처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해 검찰은 왜 자성이 없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현직 장관이 ‘주거니 받거니’식으로 검찰개혁의 방향을 비판한 검사를 실명 거론하며 압박하자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춘천지검 최재만 검사는 다음 날 곧장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저도 이환우 검사와 같은 생각이므로 저 역시 커밍아웃한다”며 맞섰다.

1일 오후 현재 커밍아웃을 외친 최 검사의 글에는 230건이 넘는 실명 댓글이 달린 상태다. ‘저도 커밍아웃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 검사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따르는 것 또한 더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을 남기기도 했다. 현직 검사 수가 2000여 명 수준인데, 이 가운데 200명이 넘는 이들이 실명으로 ‘온라인 연판장’을 돌린 셈이다.

일선 검사들의 집단 반발은 2012년 검찰총장 퇴진으로 이어진 ‘검란’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최재경 당시 중앙수사부장이 ‘문자로 언론취재 대응 방안을 조언했다’는 이유로 공개 감찰을 지시했다. 이에 최 부장이 불복했고 검사장과 차장검사까지 몰려와서 한 총장에게 용퇴를 요구했다. 집단 반발의 표면적 이유는 최 부장에 대한 감찰이었지만, 근본 원인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중수부 폐지에 반발해 온 전국의 검사들은 수석검사회의와 평검사회의를 잇달아 열고 총장 퇴진을 요구했다. 결국 한 총장은 검찰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사퇴했다.

이번 집단반발 역시 추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다. 특히 추 장관이 잇따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리면서 검찰 조직 내 반발 기류가 거세다. 겉으로는 검찰개혁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사실상 ‘검찰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연판장이 검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추 장관 지시로 법무부가 윤 총장의 측근과 가족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윤 총장의 비위가 드러날 경우 내부 반발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미하다. 반면, 별다른 비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검찰에 유리한 여론이 조성되면서 추 장관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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