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서 써야 계약” 레이카운티 ‘막무가내 설계변경’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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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만 개가 넘는 통장이 몰리며 ‘전국구 청약 광풍’을 연출한 거제2구역 레이카운티가 계약 과정에서 일방적인 설계변경 추진으로 청약 당첨자의 집단 원성을 사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레이카운티 일반분양 청약 당첨자의 계약서 일부가 입주자 모집공고 당시와 다르게 변경됐다. 주로 아파트 시설 배치 부분이다. 특정 단지에 모집공고 당시에는 없던 펌프실이나 저수조, 전기실 등이 포함되고, 또 다른 단지에는 커뮤니티 시설이 추가되는 식으로 일부 설계가 그 사이 바뀌었다.

‘펌프실·저수조 등 시설 배치 변경’
사전 고지 없이 계약 첫날 동의 강요
일반분양 청약 당첨자들 집단 항의
“조합원에 유리하게 바꿨다” 의혹도
시공사 “일반분양자 의견 수렴할 것”



분양대행사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가 계약 첫날이던 지난달 28일 ‘설계변경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계약서를 못 준다’고 통보해 현장에서 고성이 오갔다. 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라 사업계획이 변경될 경우 입주예정자 8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계약서를 ‘볼모’로 잡고 설계 변경 동의를 강요하다 당첨자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연제구가 중재에 나서 설계변경 동의서를 쓰지 않더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동은 잠시 가라앉았다. 그러나 청약 당첨자 사이에서는 조합과 주관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계약서상에 이미 변경된 설계 내용을 포함시켜 놓고 이를 꼼수로 밀어붙이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관할 구청인 연제구는 “시공사에서 업그레이드를 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경미한 설계 변경이라며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함께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 당첨자는 조합 측에서 설계를 조합원에게 유리한 식으로 임의변경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조합원이 대거 몰려 있는 2단지에 펌프실이나 전기실 등과 같은 기피 시설이 빠졌고, 커뮤니티가 추가로 포함되면서 이 같은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일반청약에 당첨된 입주예정자 A 씨는 “특정 단지만 더 좋게 하려는 게 아니냐”며 “계약서를 쥐고 동의안을 받는 것도 모자라 계약서상에 교묘하게 변경된 설계 내용을 넣어두는 것은 꼼수나 갑질”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번 소동은 같은 건설업계에서도 ‘무리수’라는 반응이다. 시공에 앞서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흔하지만, 이번처럼 동의를 안하면 계약서를 못 준다며 막무가내로 나오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청약에 당첨됐으면 아파트 계약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인데 이해가 안 되는 대응 방식”이라며 “‘아파트를 더 좋게 만든다’는 것도 청약 당첨자가 판단해야 할 부분인데, 이를 무시한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반분양 청약 당첨자들은 원칙대로 입주자 공고문과 동일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정상적인 논의 절차를 거쳐 필요하다면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약 당첨자 B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조합과 시공사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이 입주자공고문을 보고 청약을 넣었으니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관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설계변경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미숙함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더 나은 시공을 위해 필요한 행위였다고 해명했다. 삼성물산 측은 “레이카운티는 조합원보다 일반분양이 훨씬 많다. 결코 조합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 최초 설계안대로라면 시공에 어려움이 있어 부득이하게 설계를 변경하게 된 것이고,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거칠게 대응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일반분양 당첨자들의 의견도 최대한 수렴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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