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건 모두 내가 진범” 이춘재 34년 만의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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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2일 출석해 증언한 법정.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인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57)가 법정에서 자신이 연쇄 사건의 진범이라며 모든 범행을 시인했다. 사건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범행을 시인하기까지 약 3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8차 화성연쇄살인 재심 공판
증인으로 나와 법정서 시인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2일 오후 1시 30분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의 ‘증인’ 신분으로 이춘재를 출석시켜 심문했다.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모두 지난 탓에 피고인 신분이 아닌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선 것이다.

이날 이춘재는 푸른색 수의를 입고 짧은 머리에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법정에 들어섰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A(13·여)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날 9차 공판은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 씨의 재심 청구로 올 1월부터 재판이 진행된 사안이다.

앞서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체모 DNA가 손상돼 감정이 불가능해지자 이춘재를 법정에 직접 부르기로 결정했다. 법원 결정에 의해 사진 촬영은 불허됐다. 피고인이 아닌 증인 신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증인신문은 윤 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이춘재는 8차 사건 등 당시 화성과 청주에서 발생한 14건의 살인 사건 진범이 모두 자신이라고 증언했다. 이춘재는 장기 미제사건으로 꼽힌 자신의 범행이 세상에 드러날 것을 예상하면서 옥살이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춘재는 “(연쇄살인)사건이 영원히 묻힐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경찰이 조사하러 왔다고 들었을 때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과거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내가 용의 선상에 올랐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춘재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조사 중 프로파일러에게 손을 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이 예뻐서 그랬다”며 “나는 얼굴과 몸매가 예쁜 사람보다 손이 예쁜 여자가 좋다”는 답변을 했다.

자백 이유에 대해서 이춘재는 “사건을 벌이고 난 뒤 후회를 했으며 자살 시도도 했었다.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자백은)속죄하고 참회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5년째 복역 중인 이춘재는 공소시효 만료로 화성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추가 처벌은 받지 않는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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