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조기 확정 안 되면 금융·외환시장 리스크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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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대혼돈] 한국 경제 영향은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뉴스와 함께 증시 및 환율 현황 등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유례없는 대혼선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고지에 오른다면 감세와 규제완화 기조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과 IT·소비재 분야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환경·노동을 앞세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국내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장친화적이고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반면, 바이든 후보는 중산층 회복을 강조하며 온건한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있어 두 후보가 추구하는 정책기조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연관성이 큰 우리 기업들도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정책 차 뚜렷 업종별 희비 갈려
트럼프 승기에 IT 관련주 상승
바이든 이기면 친환경 업종 수혜
누가 돼도 수출은 어려운 환경
정부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

업종별로 따지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의 사회기반시설(SOC)과 5G 통신망, 전통 에너지부문(석유·셰일가스 등)에서 투자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5G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대폭 배제된 상태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삼성전자에 유리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이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트럼프가 경합지역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보도가 쏟아졌던 4일 증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관련주는 상승했다. 미국 대형 기술주 규제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국내 빅테크 업체도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인식이 반영됐다.

그러나 철강·자동차는 상황이 반대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엔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철강, 자동차 업종의 통상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재임 시 한국 등 수입철강에 대해 높은 수준의 관세를 매긴 적도 있었고 부품의 75%가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만 관세면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한때 추진됐다.

한편으로는 기회 요인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코트라는 “트럼프 재선 시 중국 견제로 인한 한국의 반사이익, 인프라 투자확대, 자국기업 우대 추세를 활용한 현지진출 가능성 등이 우리에게 유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실제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만 해도 국내 2차 전지 생산기업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의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태양광 에너지 업체 중에서는 한화솔루션, 현대에너지솔루션이, 수소에너지 중에서는 두산퓨얼셀 등이 각각 수혜주로 거론된다.

수출은 트럼프·바이든 당선과 상관없이 당분간 어려운 환경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지난 30년 동안 대미 수출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미국 대선 다음 해 수출액 성장률은 전년 대비 평균 4.2% 감소했다고 밝혔다. 철강이 8.1%, 자동차가 6.9% 감소해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왔다.

한편 이번 대선 결과가 조기에 확정 안 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거시경제금융 관련 부서를 소집하고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와 대외리스크 지속 가능성에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한은 통화정책 워크숍’에서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 회복세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기재부는 5일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점검할 예정이다.

배동진·김덕준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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