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든 시대’ 개막, 한반도 평화·경제 공조 진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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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현지 시간) 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바이든 후보가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개표 시작 닷새 만에 대선 승리에 필요한 ‘매직 넘버’ 270명을 넘긴 것이다. 미 대통령 당선인 바이든과 부통령 당선자 카멀라 해리스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 앞 연설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미 역사상 최초인 ‘흑인·아시아계 여성 부통령’의 탄생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12월 14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가 남아 있지만, 선거인단은 소속 주의 선거 결과에 따라 투표를 하므로 요식적인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에 취임하게 된다.

‘미국 우선주의’ 폐기, 동맹 가치 복원 기대
정부, 북·미 중재자 역할 다시 적극 나서야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 선언 연설에서 “분열이 아닌 단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국이 세계로부터 다시 존경받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과 AP통신사, CNN 등 유수의 언론은 바이든이 수차례 강조해 온 ‘미국을 치료할 때’를 일제히 제목으로 내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다발적 소송전을 예고하며,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아 당분간 혼란 사태가 지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국제사회 리더의 역할을 되찾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제 공조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폐기되고, 동맹의 가치가 복원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거래 관계로 여기며 경시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한·미관계에서 예측 불가하고 비합리적인 요소들이 사라지고, 절차와 합리성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무리한 요구로 오랫동안 교착 상태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 협상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되기를 바란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외교·안보 진용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려, 한반도 문제가 당분간 공백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당장 북한도 바이든 쪽과는 대화 채널이 없어 막막해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바이든 시대’를 맞아 한반도 평화·경제 공조를 위한 기본 세팅을 잘해야 할 때다. 우리 정부는 북·미 간 소통을 돕는 중재자 역할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방법도 속히 찾아야 한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양국 경제협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경제·통상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에는 근본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한 번도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시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언제나 우리 국익을 1순위에 놓고 꼼꼼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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