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커졌지만 기회도 열려… 文 중재 역할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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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바이든 승리] 북·미 관계 전망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 조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북·미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본격 협상 재개엔 시간 걸릴 듯
화해·도발 갈림길에 선 북 대응
정상회담 성과 백지화 가능성도
문 대통령 협상 촉진 역할 필요

■문 대통령 ‘중재’ 역할 먹힐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수시로 친서를 주고받을 만큼 연락이 원활했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기본적인 소통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북·미 모두 언제까지나 대화의 문을 잠그고만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북·미 관계의 리스크가 커졌지만, 오히려 남북 관계에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 남겼다. 오른쪽 사진은 2013년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했던 바이든(왼쪽에서 두 번째) 당선인이 손녀 피너건과 함께 쌍안경으로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보는 모습.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대북 상황관리 역할을 한국에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새로운 외교·안보 진용을 짜고 대북 전략을 세워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기간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지는 때이기도 하다. 북한은 2001년 빌 클린턴에서 조지 W 부시로 정권이 교체됐던 때 정도를 제외하고 미국의 정권 교체기마다 거의 매번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을 강행했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던지면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적극적인 비핵화 협상 의지를 담은 대북 정책을 수립하도록 한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2018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관계, 북·미 관계가 급진전됐던 것처럼 또다시 문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 소식을 전한 것도 대북 특사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는데 청와대는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재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 바이든 정부에 어떤 메시지?

북한 매체들은 현재까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역대 미 대선을 전후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한 전례가 많다. 핵·미사일 역량을 과시해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고 몸값도 높이겠다는 계산에서다.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바이든 정부를 맞을지는 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북한도 바이든 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만큼 대남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상 간 직접 소통을 선호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실무협상부터 착실히 밟아 올라가는 ‘상향식’ 협상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또 바이든은 유세 기간 북한의 핵 능력 축소 동의를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정부 때보다 협상의 방식도, 기준도 한층 문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합의를 비롯한 그간의 성과들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한국을 통해 미국의 대북 기조를 파악하고, 동시에 남북관계는 화해 모드로 가져가면서 바이든 정부에 자신들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 주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보다는 자력갱생과 국방력 강화로 난관을 극복한다는 이른바 ‘정면돌파전’을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북·미 협상은 상당 기간 불투명한 상태로 지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도 북·미 관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코로나19 대응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도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강력한 협상 의지가 있다 해도 당분간 대면 협의를 하기는 힘든 분위기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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