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원격의료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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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가지지 못한 이들이나 기저질환자 등 고령의 심약한 이들에게 코로나19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해를 안겨 주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고령자통계’를 보면 2018년 14%에 달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2060년에는 41%로 절반에 육박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사회의 급진화에 따른 또 하나의 특징은 웰다잉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통계에 따르면 연령별 호스피스 이용 환자 수가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돌봄 선호 장소로 68.7%가 의료기관에서의 돌봄을 선호하였고, 가정에서의 돌봄은 30.0%로 두 번째로 나타났다고 한다. 의료기관에서의 돌봄을 선호하는 이유로 전문 의료진의 24시간 케어로 적절한 통증 조절 및 완화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병상수의 부족으로 인해 입원 대기시간이 길고 입원 기간이 제한되며 특히 다인실의 경우 다른 사람의 임종을 보게 되어 불안하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토로했다. 가정의 경우 정서적으로 의지가 되고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으나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뽑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방법 중의 하나가 IT 기술을 이용한 ‘원격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의 제공이다. ‘원격 호스피스.완화의료’ 시스템은 집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가족과 간병인이 환자의 통증지표를 입력하고 전담 간호사가 이를 살펴보며 원격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요즘은 코로나19 이후 접촉의 디지털화로 ‘비대면’, ‘언택트’ 또는 ‘디지털 콘택트’ 시대가 되었고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 등 우리 생활의 대부분이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생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하지 못하고 논쟁의 중심에 있는 항목이 바로 원격의료이다. 코로나19가 소강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이전의 정상적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없으며 일상생활에서 방역수칙을 지키는 뉴노멀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노멀 시대는 생활전반에 걸쳐 도래하며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원격의료가 코로나19 후 진지한 논의를 통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결정하여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원격의료는 병원 내 집단감염을 막고 상대적으로 적은 의료 인력과 장비로도 많은 환자를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할 수 있다.

원격의료는 지난 20여 년간 지속된 해묵은 논쟁거리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공론화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원격의료를 추진했으나 번번이 의료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원격의료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 18대부터 20대 국회까지 꾸준히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어 동네 및 지방 병원 진료시스템이 무너지고 비대면 진료로 인한 오진 가능성이 높다고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원격진료가 도입되기까지는 많은 난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고령사회에 진입하여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관심과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실천하는 하나의 접근방법으로 본다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조현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인제호스피스·완화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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