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미적용’ 대학원생에 코로나 발열 체크 맡긴 동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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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 부산지역 대학 최초로 재학생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동아대가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대학원생들을 발열 체크 등의 방역업무에 투입하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이하 대학원생 노조)는 8일 성명을 내고 “산재보험 미적용 직군을 코로나19 방역 일선에 내세우는 대학, 동아대는 대학원생 조교 발열 체크 강제동원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조교·근로장학생, 방역 업무 투입
코로나 감염 땐 산재 적용 ‘불가’
“예산 아끼려 위험 업무에 배치”
동아대 “잘 검토해 조치할 것”

동아대와 대학원생 노조에 따르면 학교는 지난달 27일부터 대면수업이 시작되면서 대학원생인 조교와 근로장학생 등을 코로나19 발열 체크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학교로부터 급여를 받는 ‘직원’이 아닌 장학금을 받는 ‘학생’ 신분이다. 따라서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발열 체크 업무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산재 보험 적용이 불가하다.

동아대는 ‘학과별 일일담당제’라는 명목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로 대학원생인 학사조교, 근로장학생을 방역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학교 측은 이들의 자발적 동의를 받아 방역 업무를 맡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는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이들과 충분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반발한다.

동아대 대학원생 A 씨는 “우리 학교는 부산지역 대학 중 재학생 집단 감염이 발생한 곳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방어막도 없는 학생들을 방역업무에 투입하는 것은 예산을 아끼기 위해 학교 내 가장 취약한 계층을 방역 전선으로 내모는 행위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은 통상 학교에서 조교 등으로 일하면서 등록금 일부를 장학금 형식으로 감액받는다.

이런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 등을 통해 학교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지만 법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 도중 코로나19 감염 등 사고를 당하더라도 산재보험이 아닌 학생 보험이 적용돼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대학원생 노조 측은 결국 방역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학교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대학원생을 위험한 업무에 내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원생 노조 관계자는 “성균관대 같은 경우는 따로 비용을 들여 전문 방역업체를 고용해 발열 체크 등의 방역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절한 비용을 내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대는 비상상황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즉시 대학원생 방역 업무를 중단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지난 6일 대학의 연구 활동에 종사하는 학생 연구원(대학원생)도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대상자로 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대학원생 노조는 지난 6일부터 대학원생의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동아대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학생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잘 검토해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 9월 동아대에서는 재학생 15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이들은 현재 모두 퇴원한 상태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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