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행정에 경남 최대 복합관광단지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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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권 최대 규모 복합관광단지가 들어설 거제시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원. 육지와 바다를 합친 총 369만 3875㎡(111만여 평) 규모로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다. 거제시 제공

‘조선 도시’ 경남 거제시가 ‘관광 도시’로 발돋움하려 대규모 민간투자를 유치해 추진한 복합관광지 프로젝트(부산일보 7월 24일 자 10면 보도 등)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환경부가 개발 대상지 가운데 개발이 불가능한 ‘생태 보호 구역’ 지정 범위를 환경단체와 지자체, 사업자 요구에 따라 수차례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하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관련 기관과 단체의 갈등을 중재해야 할 환경부가 오락가락 행정으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거제남부관광단지’ 원형 보존지
환경부, 6만㎡서 120만㎡로 확대
시·사업자 “사업 불능” 이의 신청
1월 환경단체 요구로 ‘100만㎡’
“지역 관점서 소신 행정 펴야”

환경부는 지난달 12일 자 관보에 ‘전국 생태·자연도 일부 수정·보완’내용을 고시했다. 이는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국토의 자연환경을 생태적·경관적 가치와 자연성을 토대로 등급화한 지도다. 1~3등급, 별도관리지역으로 구분하는데 1등급은 원형 보존, 2등급은 훼손 최소화, 3등급은 개발 가능 지역이다. 이번 고시의 핵심은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 대상지인 ‘거제시 남부면 탑포리 산2-47 외 2개소’의 1등급 권역 확대다.

자연·생태도 획정 실무를 담당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올 9월 개발 예정지 내 1등급지를 120만㎡ 규모로 확대한다고 공고했다. 환경부가 이를 그대로 수정·보완 고시에 반영한 것이다.

거제시와 사업자는 이번 고시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방침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현재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작성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고대로라면 관광단지 프로젝트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했다. 관광단지 조성 면적은 총 369만 3875㎡(육지부 329만 5622㎡, 해면부 39만 8253㎡)로 전체 규모를 30% 이상 줄여야 한다.

거제지역 한 인사는 “경남에서 가장 큰 관광단지가 들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가 제대로 된 기준도 없어 개발 불가 구역을 늘렸다 줄였다하는 바람에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면서 “정부가 지자체의 일을 처리하면서 지역 발전 관점에서 성의를 갖고 제대로 처리해야지, 관련 단체 말에 수차례 왔다 갔다 해서 될 일이냐”고 성토했다.

이에 앞서 올 7월 환경부는 고시에서 1등급지를 약 6만㎡로 축소했다. 지난해 5월 경남도로부터 관광단지로 지정받을 당시, 대상지 내 1등급지는 6만 2500㎡로 전체의 1.8%에 불과했다는 거제시와 민간사업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런 환경부가 10월 고시에서 1등급지를 20배 가까이 늘린 것은 7월 당시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당시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정부 기관의 공고와 고시가 하늘과 땅 차이고, 신뢰할 수 없는데 어느 국민이 수용하고 동의하겠는가. 자연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스스로 난개발에 면죄부를 준 사건”이라며 “그 과정을 소상히 밝혀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올 1월 공고에서도 해당 지역의 1등급지를 100만㎡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의 등급 상향 조정 요구를 수용한 결과였다. 환경연합은 자체 조사에서 수달, 팔색조, 긴꼬리딱새, 대흥란, 애기뿔소똥구리 등 20여 종에 달하는 멸종위기·보호종이 서식, 도래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는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휴양·힐링·레저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육상 개발 면적만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로 경남에선 가장 크다.

부산에 본사를 둔 (주)경동건설이 4000억 원을 투자한다. 2021년 착공해 2028년까지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발하는데, 27홀 골프장과 익스트림스포츠 체험장, 워터파크, 해양레포츠 체험장 등 위락시설을 비롯해 콘도미니엄, 생태체험장, 종합 쇼핑몰, 호스텔, 연구원 등 휴양문화시설을 갖춘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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