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망론 사실상 물거품, 이낙연·이재명 양자구도 재편 전망
[김경수 2심도 징역 2년] PK 여권 대권구도 흔들
‘드루킹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으면서 부산·울산·경남(PK) 여권의 대권 표심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핵심들이 포진한 PK 여권에서 가장 강력한 차기 주자로 꼽혀 왔다. 지역 정가에서는 김 지사가 이번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곧바로 대권가도에 뛰어들 경우 PK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이낙연 대표-이재명 경기지사로 양분된 더불어민주당 대권 구도가 3자 구도로 급격히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으로 김 지사의 대권 레이스 참여는 극히 불투명해졌다. 물론 친문 진영 일각에서는 “대법원까지 가 봐야 한다”며 기대를 놓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설령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더라도 추가 재판 등 물리적 시간과 비판 여론 등 대권 도전의 여건 자체가 갖춰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문적자 잃은 PK표심 향배 주목
이낙연, 신공항으로 보폭 넓혀
이재명, 김 지사 공백 파고들어
김두관·김부겸 급부상 가능성도
이에 따라 김 지사의 항소심 결과를 기다리며 관망하던 PK 여권의 일부는 이 대표와 이 지사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경우 최근 가덕신공항 등 PK 현안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당 주요직에 PK 출신을 대거 기용하는 등 공을 들여 왔다는 점에서 PK에서의 추가적인 세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지사임에도 최근 가덕신공항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 PK 지지기반 확충에 적잖이 신경을 써온 이 지사 역시 김 지사의 공백을 보다 적극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PK 여권이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양강 구도로 완전히 재편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아직 대권 경쟁이 본격화하지 않은 데다 특히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양강 구도의 흐름을 관망하면서 또 다른 ‘다크호스’의 등장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여권 핵심 인사는 8일 “김 지사의 출마가 어려워지긴 했지만 이 대표에 대해서는 ‘호남 후보로 PK에서 40% 이상 득표할 수 있겠느냐’는 확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있고, 이 지사는 아직 ‘우리 주자’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좀 더 지켜보자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 상황에서 PK 출신 유일한 대권주자인 김두관(경남 양산을) 의원이 한층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을 통해 경남으로 복귀한 김 의원은 당선 직후부터 당내 다양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등 친문 지지층을 향해 존재감을 키우려는 모습이다. 올 8월 당 대표 경선에서 낙마한 대구 출신 김부겸 전 의원의 재부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의 경우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PK 친노 핵심에서는 이광재(강원 원주갑) 의원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우(右)광재’로 불린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의원은 처가가 부산에 있고 한때 부산에서 살기도 해 지역 친노 핵심들과도 긴밀한 관계다. 부산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의원은 PK와 인연이 깊고, 싱크탱크인 여시재를 오래 운영하면서 정책적으로도 준비가 잘 돼 있다”며 PK에서 이 의원의 경쟁력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는 1심에 이어 지난 6일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김 지사의 댓글 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던 김 지사는 이날 실형이 선고됐으나 법정에서 구속되지는 않았다. 앞서 김 지사는 일명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7년 대선 후 드루킹과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같은 해 말 드루킹에게 도두형 변호사의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받았다.
김 지사는 항소심 직후 즉시 상고 방침을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