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펜실베이니아서 막판 역전하며 승부에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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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바이든 승리] ‘피 말렸던’ 경합주 개표 결과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7일(현지시간) 민주당 조 바이든으로 확정됐다. 이날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연설이 생중계되자, 수많은 사람이 모여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피 말리는’ 개표전을 전개하던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드디어 나왔다. 11·3 대선을 치른 지 나흘 만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오전 최대 승부처 펜실베이니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면서 대권 매직넘버인 선거인단 270명을 넘겼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승부를 가를 격전지의 초접전 양상대로 개표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이 탓에 통상 선거 당일 밤이나 이튿날 새벽에 당선인이 결정되던 예년과 달리 개표가 지연되면서 3일 오후 6시 첫 개표를 시작해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승자가 결정됐다. 무려 89시간 30여 분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접전 벌이던 플로리다·텍사스 등
트럼프에 내주며 한때 패배 위기
미시간·위스콘신·네바다 등
우편투표 개표로 뒤집기 성공

이번 대선 역시 경합주 싸움이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쓸어갔던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와 ‘선벨트(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6개 주의 향방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시작은 플로리다였다. 초반에는 초접전을 이루다가 뒤로 갈수록 트럼프가 뒷심을 발휘했다. 지난 대선에서 1.2%포인트(P)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을 이겼던 트럼프는 이번엔 3.5%P 차이로 더 크게 바이든을 눌렀다. 히스패닉 표심이 결정타였다.

신격전지로 떠오르며 바이든에게 또 다른 희망의 길이었던 공화당 텃밭 텍사스와 오하이오도 개표 중반까지 바이든이 선전했지만 결국 트럼프 품에 안겼다. 텍사스에선 개표 73% 전후로 약진한 트럼프가 5.9%P 차이로 이겼고, 오하이오는 줄곧 바이든이 앞서다가 역시 개표 70% 전후로 역전당하면서 끝났다.

애초 승부처를 러스트벨트로 조준했던 바이든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6대 경합주를 빼고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길 지역은 거의 바뀌지 않기 때문에 바이든으로서는 지난 대선 때 클린턴이 확보한 선거인단 232명에 38명을 추가하는 게 목표였다.

지난 대선에선 트럼프가 경합 6개 주를 휩쓸었지만, 이번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러스트벨트에서 적지 않은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세 지역 모두 개표 후반까지 크게 뒤지다가 거의 막판에 아슬아슬한 격차로 뒤집는 등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위스콘신에서 바이든은 초반에 앞서다 개표 27%가 지나면서 역전당했고, 80%대 중반까지 계속 뒤졌지만 결국 0.6%P 차로 뒤집고 재검표를 앞두고 있다. 미시간에서는 초반부터 뒤졌고 70%대 개표 시점엔 무려 8%P 가까운 격차로 패색이 짙었지만, 결국 2.8%P 이겼다.

미국 유력 언론의 집계에 따라 바이든이 17명의 선거인단만 확보하면 되는 국면에서 남은 것은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였다. 그중에서도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를 이기면 다른 주는 볼 필요도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우편투표 등으로 개표 상황이 지지부진하던 가운데 바이든은 대선 닷새째인 7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바이든이 앞서다 20% 개표를 전후해 트럼프가 역전한 뒤 개표 74% 시점엔 격차가 무려 12.7%P나 벌어졌다.

뒤늦게 필라델피아 등 도시지역 투표함이 열리면서 격차가 점점 줄어 94% 개표 기준 0.7%P까지 좁혔고, 결국 95% 개표 시점에서 바이든이 뒤집기에 성공하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바이든 승리, 나아가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을 긴급으로 보도했다. 8일 오전 5시 현재 98% 개표 기준으로 0.5%P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러스트벨트 대역전극의 원동력은 역시 우편투표였다.

이처럼 바이든이 막판 역전승을 거두며 매직넘버를 달성했지만 ‘법정 승부’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이미 우편투표 중단 소송 등 법적 대응 절차에 들어간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의 승리 소식에 곧바로 성명을 내고 “바이든이 거짓 승자 행세를 한다”며 불복 입장을 재차 밝혔다.

경합주들을 중심으로 재검표가 예정된 가운데 바이든이 확보한 선거인단이 그대로 유지될지, 재검표로 결과가 바뀔지, 보수 구도가 강화된 연방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또다시 뒤집힐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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