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마음도 울린 ‘떡볶이 나눔’…개금골목시장 상인의 희망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기엔 처참했다. 40대 가장 이영진(43) 씨가 올해 차린 ‘온양삼색호떡’의 매출 얘기다.

이 씨가 아내와 함께 부산 부산진구 개금골목시장에 터를 잡은 건 올 1월. 고춧가루에 사과와 파인애플을 더해 만든 독특한 떡볶이 양념이 입소문을 타고 손님을 불러왔다. 유통업체에서 일하다 권고사직을 당한 중년의 삶에도 한 줄기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온양삼색호떡 이영진 사장
‘못 판 떡볶이’ 중고마켓서 나눔
정세균 총리, SNS 올리며 격려
“위기의 자영업자들 힘냈으면”


온라인 중고장터에 ‘떡볶이 무료 나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부산진구 개금골목시장 ‘온양삼색호떡’의 이영진 사장. 
 강선배 기자 ksun@


그러나 이 씨의 ‘해 뜰 날’은 거기까지였다. 코로나가 부산에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4월부터 가게 매출은 정확히 반토막이 났다. 겨울은 지나갔지만 이 씨의 가게에는 긴 혹한기가 찾아왔다. 그는 “떡볶이는 겨울 장사다. 봄이나 가을에는 장사가 원래 덜 되는 편인데 코로나까지 덮치니 더 어려웠다. 월세와 대출금 상환도 힘들어 버티기에만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온라인 중고장터에 ‘떡볶이 무료 나눔 글’을 올린 9월 15일은 그 가운데서도 유달리 힘든 날이었다. 찾는 이가 없는 떡볶이와 튀김이 가게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도 수북이 쌓여 있었다.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탓이다. 그는 “김말이나 고추 튀김 등은 당일 팔지 못하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 처음에는 늦게 오신 손님, 지인들, 같은 시장 상인들에게 나누어 줬지만 그래도 매일 남으니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울적한 마음에 이 씨는 평소 찾던 온라인 중고장터가 생각나 ‘떡볶이를 무료로 나눠 주겠다’는 글을 올렸고, 어려운 와중에도 작은 나눔을 하려는 그의 마음은 멀리 국무총리실까지 전해졌다. 소상공인의 날인 지난 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자신의 SNS에서 이 씨를 언급하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한 것. 정 총리는 “온라인 중고장터에 ‘남은 떡볶이를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글을 올린 상인 분의 글에서 힘겨움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참 아팠다.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는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 이 씨는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지난 4일 총리실에서 전화가 와서 ‘총리 SNS에 글을 언급해도 되겠느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이 정도 반향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이 씨는 ‘온양삼색호떡’을 개업할 때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비품을 온라인에서 어렵사리 중고로 장만했다. ‘어려운 시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떡볶이 무료 나눔’은 코로나로 바싹 메말라 버린 시민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 ‘힘든 시기에 남은 음식을 나눠 주겠다는 사장님의 마음에 감동했다’ ‘가게를 찾아가 두 손 가득 떡볶이를 사 왔다’는 방문 인증 글이 줄을 이었다. 포털 사이트 리뷰에는 ‘중고장터 보고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다. 힘내시라’는 응원 글이 쏟아졌다.

물론 ‘떡볶이 무료 나눔’이 화제가 된 이후에도 이 씨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직접 찾아와서 응원과 격려를 해 주며 떡볶이를 사 가시는 분이 늘었지만, 고마운 마음에 넉넉히 드리다 보니 크게 남는 건 없다”며 웃었다.

다만,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시국에 같은 처지의 자영업자끼리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는 게 이 씨의 소망이다. 이 씨는 “개업 당시 한 아주머니와 함께 일했는데 가게가 힘들어지면서 일을 그만두셨다. ‘날이 추워지면 꼭 다시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지키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면서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들 모두 힘을 내서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