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K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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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차는 종말을 앞둔 마차와 같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도로를 굴러다니는 자동차들이 과거 말이 끄는 운송 수단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마차의 종말을 가져온 게 내연차이니 이를 대체할 무언가가 곧 나온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이리라. 환경적 측면에선 말똥으로 인한 악취로 고통을 겪던 당시 시가지를 상기하면 달리 해석할 수도 있겠다. 행인의 인상을 찡그리게 하는 매연과 소음을 해결할 비책의 예고편이 아닐까.



그처럼 “짜잔”하며 모습을 드러낼 주인공이 바로 전기차이다. 현재는 가끔 볼 수 있는 차종이지만, 얼마 안 있어 대로와 이면 도로를 점령할 미래 차라고 할 수 있다. 의식할 새도 없이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우리 일상을 잡아먹었던 스마트폰을 생각하면 그 속도와 범위를 어느 정도 예상할 만하다. 우리는 벌써 그 이전의 세계를 제대로 기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전기차 역시 조만간 운전자들에게 그런 충격을 안겨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공해 없는 전기차는 충전 시간, 주행 거리 등의 과제들을 차츰 해결해 가면서 점차 빠르게 내연차를 대체할 전망이다. 주유소와 자동차 엔진이 박물관에 전시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배터리는 이런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앞당길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힌다. 자동차 동력의 원천이니 사람의 심장에 비유된다. 내연차 엔진이 열에너지를 기계적인 힘으로 바꾸는 장치라면,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 에너지의 변환이라고 할 수 있다. 내연기관은 하나인 데 반해 전기 엔진은 바퀴마다 붙이는 게 가능하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박지성 선수를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단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는다. 막내 SK이노베이션은 9월 한 달간 세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LG화학은 진통 끝에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하는 의욕을 보였다. 가히 ‘K배터리’라고 부를 만하다.

여기에 조 바이든의 미국 대선 승리가 호재가 되고 있다. 그는 4년간 청정에너지 분야에 2조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부울경도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래 차 현장을 보기 위해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했다. 이때 함께 둘러본 유니스트에도 세계적인 연구진이 포진해 있다. 이 배터리 성능을 한층 더 올리려면 동남권이 다시 뭉쳐야 한다.

이준영 논설위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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