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인협회, 10년간 특정 출판사에 인쇄비 몰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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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문인협회가 부산시 보조금을 받아 발행하는 월간지의 인쇄를 10년 동안 특정 출판사에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지난달에야 이 내용을 확인하고, 내년도 보조금을 삭감할 계획이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 문인협회는 2011년부터 발행된 월간 ‘문학도시’의 인쇄를 A사에 맡겨 왔다. A사는 지난 10년간 문인협회와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을 맺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이 월간지 발행에 매년 1억 26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이 중 인쇄비 명목으로는 매년 8160만 원이 지급된다.

월간지 인쇄비 연간 8160만 원
경쟁입찰 대상 불구 수의계약
검찰 고발장·보조금 남용 의혹
부산시 관리·감독 소홀 비판도
협회, 시 보조금 삭감 계획에 반발

부산시의 보조금을 받는 부산시 문인협회는 보조금을 집행할 때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추정가격이 2000만 원을 넘어갈 때는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또,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 기준’에 따라 단일 사업은 부당하게 분할하거나, 시기적으로 나누어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부산시 문인협회는 2011년부터 연간 8160만 원의 보조금을 집행하면서,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A사와의 계약을 이어왔다. 이들은 매달 680만 원을 분리 발주하는 형태로 대금을 지급해 왔으며, 심지어 3년 치 계약을 일괄 수의계약으로 맺기도 했다.

이들 협회는 지방계약법을 어긴 것뿐 아니라, 보조금을 남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 부산지검에는 부산시 문인협회의 보조금 몰아주기 의혹 등과 관련한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부산시는 10년 동안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민원이 접수되면서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부산시 문화예술과는 조사를 통해 지방계약법 요건에 맞지 않음에도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 3년간 일괄 수의계약을 진행한 내용을 파악했다. 시는 협회에 시정 조치와 함께 페널티 명목으로 내년도 보조금 4000만 원을 삭감하는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매달 정산된 영수증을 챙기고 있지만, 업무가 많다 보니 오랜 기간 동안 수의계약을 해 온 줄 몰랐다. 만일 보조금을 유용하거나 업체에 리베이트를 준 것이 드러날 경우 보조금을 회수할 수도 있으나, 아직 그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수사 단계에서 밝힐 부분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부산시가 보조금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질책도 뒤따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정식 조사를 벌여, 보조금 업무 담당자가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신분상 조치를 내렸다.

부산시 문인협회는 10년간 수의계약을 해 온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부산시의 보조금 삭감조치에는 반발하고 있다. 고의성이 없었으며, 수의계약을 통해 이득을 취한 것도 없는 데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문인협회 관계자는 “부산 시내에 350쪽이나 되는 책을 권당 4000원에 찍을 수 있는 곳은 A사가 유일했다. 지방계약법을 잘 알지도 못하고, 10년 전부터 계약을 해 왔던 거라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부산시에서도 한 번도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았으면서, 이제와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하면 월간지를 발행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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