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턴법’ 꼼수 개정, 이젠 첨단업종 수도권 몰아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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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나갔다가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 즉 ‘유턴기업’ 중 첨단업종의 경우 수도권에 입주하더라도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유턴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때문이다. 그동안 유턴기업에 대한 보조금은 비수도권에만 지원됐는데, 개정된 시행령·시행규칙은 그 범위를 부분적으로나마 수도권까지 확대했다. 정부는 보조금 지원 대상을 첨단업종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 유턴기업에 보조금 혜택의 문을 열어준 꼴이 됐다.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이 꼼수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수도권에만 주던 보조금 범위 확대
국가 균형발전 차원서 유턴기업 봐야

첨단업종은 산업발전법에 명시된 ‘첨단기술 및 제품’을 말한다. 인공지능·AR(증강현실)·VR(가상현실)을 활용한 지식서비스, 나노융합소재·연료전지, 백신치료제 등 바이오신산업,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등이 거기에 속한다. 이런 업종들은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로, 유턴기업 중에서도 1순위로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개정 시행령·시행규칙은 그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 사업장당 최대 150억 원의 보조금까지 받게 됐으니, 안 그래도 심각한 유턴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턴법이 시행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2월부터다. 그런데 유달리 이번 정부 들어서는 유턴기업 유치와 관련해 비수도권보다 수도권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유턴기업이 우리나라로 돌아올지, 돌아온다면 어느 곳으로 이전할지는 정부의 지원 대책에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 6월 정부는 유턴기업의 수도권 우선 배치 방침을 밝혀 비수도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범위 안에서 유턴기업을 우선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비수도권에선 사실상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냈다. 교통망과 인력 등 여건이 집중된 수도권에 날개까지 달아 준 셈이다.

유턴기업 유치는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형편에 해외에서 돌아오는 기업까지 부지를 우선 배정하고 보조금까지 지원하면서 수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은 비수도권의 입장에선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까지 여겨질 수 있다. 이런 정책은 결국은 지방 소멸과 수도권 과밀화를 더욱 부추길 뿐만 아니라 자칫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해 나라 전체의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도권 우선주의를 버리고 유턴기업의 비수도권 유치 활성화를 위해 관련법 개정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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