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도 ‘리모델링 바람’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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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등 관련 규제 강화로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서울의 많은 구축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하고 있다. 철거 후 새로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의 골격을 그대로 두고 증·개축하는 방식이다. 재건축과 비교해 가구 수가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지만 주거 환경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아파트 가치도 급상승하는 효과가 있어 준공 후 20~30년 된 단지들을 중심으로 대안으로 고려되는 추세다. 최근 들어서는 부산지역 구축 대단지들을 중심으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되고 있어 부산에서도 ‘리모델링 바람’이 불지 관심이 모인다.

재건축 추진보다 각종 규제 적지만
일반 분양 적어 사업성 확보 ‘관건’
용호동 LG메트로시티 추진 ‘눈길’
지역 구축 대단지들도 관심 가져

■재건축보다 규제 덜하고 진행 빨라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소유주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선 부산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전경.  부산일보DB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용적률, 기부채납 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현재 재건축 사업의 최고 걸림돌로 꼽히는 강화된 안전진단과 초과이익환수제에서도 자유롭다.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가능 연한이 준공 후 30년 이상인데 비해 리모델링은 절반(15년 이상)에 불과하다. 재건축은 안전진단 시 최소 D등급 이하(D, E)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반대로 안전진단 B등급 이상이면 수직증축이 가능하고, C등급 이상은 수평증축을 할 수 있다. 뼈대를 남긴 채 짓기 때문에 구조가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용적률이 높아도 추진 가능하고, 기부채납 조건 역시 적용받지 않는다. 주민 동의 요건 역시 기존 정비사업보다 완화돼 있다. 법령상 재건축의 경우 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이 75% 이상이지만, 리모델링은 66.7%면 사업 착수가 가능하다.

재건축에 비해 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리모델링은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 인가 △안전진단(1차) △건축·도시 심의 △사업계획 승인 △분담금 확정 총회 △이주 및 안전진단(2차) △철거 및 착공 △준공 및 청산 순으로 진행된다. 전체 사업 진행에 5~6년이 걸리는데, 이는 재건축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현재 리모델링 시 수직증축은 최고 3개 층(14층 이하 2개 층), 세대 수는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직증축이 여의치 않아 수평으로 면적만 늘리는 1대 1 리모델링에 그칠 경우 일반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가 어려워 조합원들이 내는 추가분담금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지 배치를 바꿀 수도 없고, 아파트 평면이나 커뮤니티 시설 역시 최신 트렌드에 맞춰 변경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평증축으로 면적을 늘리게 되면 동 간 간격도 좁아지게 마련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0~20층의 중층에 용적률 220% 안팎으로, 단지 내에 별동을 신축할 공간이 있으면서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입지를 갖춘 아파트가 리모델링에 이상적이다”며 “골조 일부를 유지하기는 하지만, 구조 보수 및 보강 등 관련 공사가 까다로운 편이어서 재건축과 비교하면 연면적 기준으로 공사비가 10%가량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LG메트로시티 리모델링 꿈틀

서울의 주요 노후 단지들은 사업 추진이 상대적으로 쉬운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강화와 함께 높은 용적률 등의 문제로 90년대 이후 들어선 아파트들의 경우 기존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송파구 성지아파트의 경우 지난 2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노후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수직으로 증축하는 사업이 인허가를 받은 것은 2013년 건축법상 수직증축이 허용된 이후 7년 만으로, 이 아파트는 지상 15층 2개 동 298가구에서 지상 18층 2개 동 340가구로 리모델링될 예정이다. 5000세대가 넘는 서울 중구 남산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과 마포구, 용산구 등도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한 지역이다.

반면 부산에서는 여전히 재개발·재건축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리모델링이 이뤄졌거나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단지는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2005년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301동이 독자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키로 하고 시공사까지 선정했으나 이후 단지 전체 재건축으로 선회하면서 유야무야됐다.

이런 가운데 부산 최대 ‘매머드 단지’인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가 최근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소유주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서면서 부산에서도 리모델링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조성 25년 차를 맞은 해운대 신도시의 일부 단지들 사이에서도 리모델링 이슈가 거론되고 있다.

정비사업전문PM 업체인 (주)새디새집의 김정수 회장은 “부산은 아직까지 서울에 비해 재건축 규제가 적은 만큼 당분간은 재개발·재건축이 대세겠지만, 재건축을 진행하기에는 내구연한이 많이 남았으면서도 입지가 좋고, 주변 시세가 많이 뛴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논의가 차츰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사 참여를 이끌어낼 만큼 충분한 사업성을 확보했느냐, 노후 아파트를 개선하고자 하는 소유주들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느냐가 리모델링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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