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흑의 겨울… 마스크는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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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미국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자문단의 화상 브리핑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통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제시하며 당선인 행보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형태의 자문단을 발표한 데 이어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어 미국이 암흑의 겨울에 직면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억제를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과제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동시에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행보 시작
국정 최우선 과제 ‘코로나 통제’
자문단 13명 트럼프와 차별화
트럼프가 내친 백신전문가 합류
미국 확진자 1000만 명 넘어서
취임 전 의료 체계 마비 우려 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여러분에게 마스크 착용을 간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과 이웃을 위해 이 일을 해 달라”며 “마스크 착용은 정치적 발언이 아니다. 나라를 하나로 끌고 가는 것을 시작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작지만 필수적인 행동이 마스크 착용이라고도 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주제로 한 이날 회견은 지난 7일 밤 대선 후보 승리선언 후 처음으로 가진 공개 행사다. 바이든 당선인은 제약업체 화이자의 백신 개발 진전 소식을 환영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암흑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이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자문단이 과학적 기반 위에서 세운 세부적 계획을 조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는 끝났다. 당파주의와 서로를 악마화하려고 고안된 수사를 한쪽으로 치울 때”라며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처럼 기본적인 보건 조치를 둘러싼 정치화를 끝낼 때”라고 역설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회견에 앞서 코로나19 대처를 정면으로 다루기 위한 13명의 자문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TF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을 역임했던 비베크 머시, 조지 W 부시 및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케슬러, 예일대학의 마셀라 누네즈-스미스 박사 등 3인 공동의장 체제다. 머시와 케슬러는 대선 기간에 바이든 당선인에게 브리핑을 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TF에는 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문제점을 제기했다가 한직으로 밀려난 뒤 사직한 릭 브라이트 전 보건복지부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브라이트 박사는 BARDA 국장 당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는 방안에 반대했다가 ‘인사 보복’ 으로 국립보건원(NIH)으로 전보 조처됐다면서 지난 5월 내부 고발장을 제출한 백신 전문가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라며 극찬했던 약이다.

CNN은 브라이트 박사의 TF 합류는 “대유행 대처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취하려 하는 (트럼프 행정부와)대비되는 방향에 대한 분명한 신호”라고 전했다.

TF에는 작년까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의료·생체방어 준비팀을 이끌었던 미 외교협회 세계보건 수석위원인 루시아나 보리오 박사,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CA) 설계자 중 한 명이자 오바마 전 대통령의 보건 참모인 제케 에마누엘 박사도 포함됐다.

애툴 가완데 하버드 의대 교수,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정책 센터장, 오바마 정부 글로벌 에이즈 조정관이었던 에릭 구스비 캘리포니아 의대 교수, 셀린 가운더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 조교수,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의 줄리 모리타 부회장 등도 발탁됐다.

바이든의 인수위원회 웹사이트에는 코로나19 대응이 최우선 과제로 올라와 있다. 여기에는 검사소 확대 및 무료 검사, 개인보호장비(PPE) 생산 증대, 효과적이고 공정한 치료와 백신 제공 등 7가지 계획이 담겨 있다.

한편,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 의료 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실내 생활이 늘고, 연휴를 맞아 여행 계획도 늘어나는 사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며 입원 인원도 급증하는 추세인 반면 아직 대선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의회는 다음 회기까지 시간을 흘려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1000만 명을 넘은 미국의 의료 체계는 이미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지난달 3만 3000명이던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현재 5만 6000명으로 늘었다. 또 중환자실과 의료 인력 부족 사태로 응급실에 대기해야 하는 환자도 증가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 7일에만 1100명 가까이 사망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까지 현재 23만 8000명인 미국 내 사망자가 37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워싱턴대학교 보건지표·평가 연구소의 전망도 나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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