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전 최대 밀집지 부산에 오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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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전 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원전 최대 밀집 지역’인 동남권이 아닌 세종 또는 대전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원안위는 원전이 있는 곳으로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온 부산으로선 황당하기 짝이 없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원안위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단순히 정부 기관 한 곳을 옮기는 ‘행정 절차’ 수준으로만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위험성을 가진 원전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 것이고,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원전 소재 도시로 와야 하는 게 마땅하다.

행정편의로 국민 안전 외면해선 안 될 일
시·정치권 협력해 입법·유치 활동 나서야

800만 주민이 사는 부울경 일대는 인구 밀집 지역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밀집도를 나타낸다. 때마침 오규석 기장군수는 10일 “원안위가 원전 도시 기장군에 오면 터를 무상 제공하고 필요한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장군은 국내 5개 원전 소재 도시(부산 기장, 울산 울주, 경북 경주·울진, 전남 영광) 중 한 곳으로,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가 해체 절차를 진행 중인 지역이다. 원전해체를 전담 연구할 원전해체연구소도 부산·울산 접경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오 군수도 지적했지만 원안위가 현장에 있어야 상시적인 안전 점검과 현장 확인이 가능하다. 원안위를 ‘원전 불모지’(세종, 대전)로 이전한다면 서울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원안위의 지역 이전 문제는 지역 균형발전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추진 중인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취지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세종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으로 뭉뚱그릴 사안은 더더욱 아니라는 말이다. 지역 이전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도 2014년 부산이었다. 원안위의 기능과 설립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올 9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영향으로 일부 원전 가동이 중단됐을 때도 원안위가 고리원전과 가까이 있었더라면 원전 관리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유기적인 대응이 쉬웠을 텐데 싶어 매우 안타까웠다. 행정편의주의에 매몰돼 원전 안전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치권에서 나섰다. 황보승희(부산 중·영도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원안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원안위 이전 장소를 원전에서 반지름 30km 이내 지역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20대 국회 때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가 자동폐기된 전력이 있는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되도록 여야를 떠나서 정치권에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부산시도 지방분권 차원에서라도 더 적극적인 유치 활동에 나서기 바란다. 원안위는 원전 최대 밀집지인 부산에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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