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셀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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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완결되지 않은 초강대국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 개표에서, 일단 민주당 바이든-해리스 캠프가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해 4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넘치는 뉴스 속에 경호국의 특별 경호를 받는 그의 암호명이 ‘셀틱(Celtic)’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층 쌀쌀해진 날씨에 보일러가 문득 떠오르지만, 여기서 셀틱은 ‘켈트 민족의’라는 형용사(켈트어, 켈트 문화 등)로 쓰였다. 바이든 당선인이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점은 이미 알려졌고, 부통령 시절부터 이 암호명을 쓴 데다 통상 당선인이 암호명을 고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브리튼 섬 일부 등의 켈트 문화권에 대한 그의 민족의식이 단단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함께 부통령에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는 개척자를 뜻하는 ‘파이오니어(Pioneer)’를 택했다고 한다. 해리스 당선인 역시 자메이카계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의 후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보기에 이주민 아닌 미국인은 없겠으나,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19세기 이후 미국에 건너가 억척스럽게 삶을 개척한 유라시아·아프리카 대륙 이주민의 후예가 나란히 미국 정·부통령이 되는 모습을 또 지켜보게 됐다.

지금까지 미 대선에서 7000만 표 이상 받은 당선자는 없었다. 바이든이 7500만 표 이상 사상 최다 득표 당선 영예를 안은 이면에, 트럼프는 과거 같으면 당선되고도 남을 7100만 표를 얻고도 낙선한 첫 전임 대통령이 됐다. 선거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지난 4년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유권자의 심판으로 읽힌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는 시위를 ‘증오의 상징’이라고 몰아붙인 트럼프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이제는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한반도 평화와 북·미 대화에도 포용 기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타협이 다 된 막판에 협상을 무위로 돌린 ‘노딜’의 악몽을 반복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의 협상 중재와 정보 공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오바마 시절의 ‘전략적 인내’ 재현은 결코 안 된다.

다음 4년은 한반도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구축될 때까지 문재인 정부의 좀 더 과감한 행동력이 요구된다. 이호진 해양수산부장 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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