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 떠나면 안 된다” 주민 반발에 막힌 거제경찰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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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완공된 거제경찰서 청사. 부산일보DB

경남 거제경찰서, 옥포동 시대 접고 장평동 시대 열까.

거제경찰서가 우여곡절 끝에 새 청사 건립 부지를 확보했다. 지지부진한 거제시 행정타운 조성 사업에 발목 잡혀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도 옮겨갈 곳이 없어 발을 구른 지 꼬박 1년 만이다. 하지만 관공서가 빠져나갈 기존 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반감이 적지 않아 자칫 지역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나온다.

장평동 학교용지에 새 청사 부지
현 청사 주변 반발 여론 부딪혀
변광용 시장도 공개적 유감 표시
예산 확보하고도 순탄치 않을 듯

거제경찰서는 최근까지 행정타운을 포함해 30곳을 대상으로 적합성을 검토한 끝에 장평택지개발지구에 새 청사를 신축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전 대상지는 LH가 소유한 장평동 127번지 일원 1만 2000㎡다. 2008년 ‘학교시설용지’로 지정됐지만, 신설 수요가 없어 지금까지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경찰서 관계자는 “거제 전역을 대상으로 검토했다. 지리적 위치, 인구, 범죄 발생 건수, 범죄 취약지 분석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장평지역을 최적지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미 청사 이전에 필요한 경찰서 위치 변경 승인을 끝냈다. 필요한 사업비도 확보했다. 올해 정부 예산에 반영된 신축비 227억 원에, 최근 부지 매입비 73억 5000만 원이 추가됐다. 남은 건 학교용지 해제다. 도시계획변경을 통해 용도를 바꿔야 한다. 경남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거제시장이 가부를 결정한다. 거제교육지원청은 조선 산업 시황, 인구 이탈 등으로 ‘초등학교 신설 요인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늦어도 2024년에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관건은 현 청사 주변 지역의 반발 여론이다. 앞서 장승포동·능포동·아주동 발전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김용운·최양희 시의원은 “거제경찰서는 옛 장승포시 권역에 있어야 한다”면서 아주동 공설운동장 위 부지를 이전 부지로 제시했다. 관공서 이전에 따른 인근 상권 위축이 불가피한 데다, 1995년 장승포시와 거제군이 통합하면서 시청 등 주요 관공서를 내준 마당에 경찰서까지 옮겨 가면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변 시장은 자신의 SNS에 “거제경찰서의 열악한 현실의 빠른 개선이 필요함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일방적 추진은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제경찰서 옥포 존치는 시·군 통합의 역사성을 내재하고 있고 이를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며 “지역 내 공공기관의 이전 또한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 지역의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신중히 함께 의논, 진행해야 한다. 함께 지혜를 모아 갔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전 대상지 용도변경의 최종 결정권자가 거제시장인 만큼 이후 추진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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