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대 문인 떠나고 있다… 부산문학관 추진위 서둘러라”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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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학관은 부산이 부산 근현대사를 문학적 견지에서 어떻게 꿸 것인지와 관련해 하나의 정신과 관점을 집약해 담는 곳이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의 근대를 보는 관점이 적혀 있는 문학관 입구. 부산일보DB 부산문학관은 부산이 부산 근현대사를 문학적 견지에서 어떻게 꿸 것인지와 관련해 하나의 정신과 관점을 집약해 담는 곳이다.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의 근대를 보는 관점이 적혀 있는 문학관 입구. 부산일보DB

올 초 부산문학관을 건립하자는 여론이 일어 부산시는 “부산문학관 추진위를 조만간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후 일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거론하면서 지난여름에는 가을께 추진위를 가동하겠다고 했으나 겨울로 들어선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조차 없다.

현재 6대 광역시 중 공립문학관이 없으면서 계획조차 없이 여전히 깜깜한 곳은 부산뿐이다. 더욱이 서울에서는 2022년 개관 예정으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이 진행 중이다. 근년 국립문학관과 공립문학관의 전국적 추진은 2016년 문학진흥법 제정 이후 대세적 추이다.


공립문학관 계획조차 없는 부산

지역 문학 유산은 급속히 사라져

시, 추진위 조직 약속 차일피일

문학계 “손 놓고 있을 시간 없다”


최근 경남에서도 진주시가 진주문학관을 추진 중이며, 함안은 복합문학관을 세운다는 소식이 들린다. 경남에는 창원시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 등에 현재 8개 공립문학관이 있는데 여기저기서 추가적인 움직임까지 있는 것이다. 부산이 더 이상 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출간한 부산작가회의의 계간 〈작가와사회〉 가을호는 “부산에 공립문학관이 없다는 것은 부산 문화의 결핍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실”이라고 일갈하며 부산문학관 기획 특집을 내보냈다. 문학은 인간 정신을 집약해 표현한 언어 예술로서 지역 정신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온 것인 만큼 이제 그것을 온전히 밝히고 집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획 특집에서 문재원 부산대 교수는 ‘부산문학사의 재편, 부산문학관’이란 글을 통해 “(부산문학관을 건립한다는 것은)기존의 한국문학사에서 배제되었던 지역성을 환기시키고 지역의 눈으로 문학사를 재구성하는 일”이라고 했다. 부산문학관은 ‘지역 선언’에 값한다는 것이다. 누차 언급했듯이 부산문학관 추진을 서둘러야 하는 매우 시급한 이유는 부산 지역의 1세대, 2세대 문인들이 떠나고 있고 자료와 유산들은 망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인 박대현 〈작가와사회〉 편집주간은 “개항 이래 한국 일본 서구를 잇는 사상의 매개 공간으로서 부산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것을 문화적으로 집약한 것이 부산문학일 것”이라며 “부산문학을 기념하고 보존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작가와사회〉 다음 호에서도 부산문학관 기획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부산예총이 발간하는 〈예술부산〉도 올 6월호에서 기획 특집 ‘부산문학관 건립은 필요하다’를 내보냈다. 기획 특집 글을 통해 최영구 부산문인협회 회장은 “부산문학관 건립은 부산 시민의 문화적 긍지를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 5월 부산작가회의 황선열 회장은 부산영어방송에 출연해 “공립문학관이 6대 광역시 중 부산에만 없다”며 “부산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부산문학관을 시민 기업 문학인들이 힘을 합쳐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특히 시민들이 참여할 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부산시가 전문위원회(추진위)를 우선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문학관 건립은 이제 ‘하느냐, 안 하느냐’ 결단의 문제를 넘어서 있다. 코로나19를 핑계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때도 아니다. 계속 미뤘다가는 부산시 문화행정이 문학을 홀대한다는 그간의 고정 관념만 강화할 따름이다. ‘문화 불모지’라는 부산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폄훼는 엄연히 진행 중인 시대 흐름을 깡그리 외면할 때 언제나 따라붙을 수 있다.

물론 부산문학관 건립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문재원 교수는 “부산문학관은 부산문학사 재구성에서 출발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어떤 주체들이 참여할 것인가, 무엇을 담을 것인가 등의 문제를 다듬어 나가는 일은 부산 근현대사를 통찰하면서 하나의 정신을 세우는 과정이 될 터이다. 대전 인천 대구 울산 광주가 거쳤던 그 과정을 부산이 못할 리 없다. 그 최우선 단계로서 부산시는 부산문학관 추진위를 조직해야 할 것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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