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권주자 선호도 1위에 與도 野도 ‘당혹’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한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공개되면서 정치권이 하루 종일 술렁였다.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이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부각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당 소속인 이낙연·이재명 ‘양강’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의 정치적 편향성이 또 한번 드러났다”며 평가절하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반대로 윤 총장을 강하게 옹호해 온 국민의힘도 당 소속 대권주자들을 훨씬 뛰어넘는 윤 총장의 독주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기색이다.
이낙연·이재명보다 앞선 24.7%
보수·중도 성향서 높은 지지율
與 “秋 장관, 尹 총장 몸값 키워줘”
국민의힘 “당 주자들 반성 필요”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18세 이상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총장은 24.7%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2.2%,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4%로 조사됐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자 62.0%, 국민의당 지지자 31.9%가 지지할 정도로 보수정당 지지층의 선호도가 높았는데, ‘중도 성향’에서도 27.3%의 지지를 얻어 이 대표(19.1%)와 이 지사(11.8%)를 크게 앞섰다.
지역별로는 충청(33.8%)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았고, 부산·울산·경남(PK)도 30.4%로 윤 총장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편이었다.
윤 총장에 ‘십자포화’를 퍼부어 온 민주당은 표면적으로 이번 지지율 급등을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쓰면서 2016년 6월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 한 여론조사 그래픽을 첨부했다. 반 전 총장처럼 윤 총장의 인기도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감찰 지시 등에 잇따라 나서면서 불필요하게 전선을 확대한 것이 윤 총장의 몸값만 키워 줬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굳이 안 해도 될 싸움을 하면서 윤석열의 존재감만 부각됐다”면서 “추 장관의 무리수가 오히려 검찰개혁을 희화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추 장관에 대해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 준다.
국민의힘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현 정권의 폭정과 추 장관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도 가뜩이나 ‘도토리 키재기’라는 비판을 받는 당 소속 대선주자들의 존재감이 더욱 미미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당혹감도 표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윤 총장을 제외한 야권 후보로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 5.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4.2%, 심상정 정의당 의원 3.4% 순으로 나타났다. 비록 여론조사 한 번이라고는 하지만 제1야당 소속의 정치인이 6명 안에 한 명도 없는 셈이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번 조사를 근거로 대여 공세를 펴면서도 “여론조사는 변하는 것이니까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윤 총장이 차기 대선을 좌우할 ‘상수’가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특히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적잖은 지지를 보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