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중원 기수 죽음 부른 ‘조교사 개업 심사’ 결국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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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결의대회’. 부산일보DB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숨진 고 문중원 기수가 유서를 통해 부당하다고 언급한 ‘조교사 개업 심사 제도(부산일보 2019년 12월 1일 자 1면 등 보도)’를 폐지했다. 문 기수 죽음의 결정적 계기인 ‘옥상옥 심사’가 없어지면서 향후 기수와 마필관리사는 면허를 취득한 순서대로 조교사 개업을 하게 된다. 문 기수 유족 등은 한국마사회 경마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한국마사회는 마사회 내부 경마행정시스템에 ‘신규 개업 조교사 선발 방식 개선 내용’을 공지했다고 11일 밝혔다.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순서대로 개업 순번을 부여하고, 같은 연도에 면허를 취득한 경우 나이와 경력을 고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같은 해 출생은 동일 연령으로 간주하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순번이 빨라지고, 나이가 같으면 기수나 마필관리사 활동 기간이 길수록 우선권을 갖는다.

한국마사회 ‘신규 선발방식’ 개선
면허 취득 순서대로 마방 배정
동일연도 취득 땐 연령·경력 순
마방 배정 차별 ‘옥상옥 심사’ 없애
유족 “경마 공정성 높일 계기되길”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서울, 부산경남경마공원 등에 개선된 제도가 도입된다고 사전 공지를 했다”며 “다음 개업 조교사 선발까지 후속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교사는 ‘경마 감독’에 비유되는 개인사업자로 면허를 따도 한국마사회에서 마방을 배부받아야 개업할 수 있다. 경력이 쌓인 마필관리사나 기수 등이 응시하는 조교사 면허 시험 과정에서 충분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어, 별도의 조교사 개업 심사는 한국마사회 기득권 유지를 위한 ‘옥상옥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문 기수는 유서에서 ‘밉보이면 마방을 받을 수 없다’고 언급하며 조교사 개업 심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등으로 유학을 다녀오고 열심히 노력해도 한국마사회 간부와의 친분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 7월 부산경남경마공원 간부 등이 관련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앞서 한국마사회는 올 3월에 조교사 개업 심사 제도를 한 차례 개선하기도 했지만, 올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해당 제도에 대한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문 기수가 유서에 언급한 A 씨가 다음 차례로 조교사 개업을 할 예정이다. A 씨는 2012년에 조교사 면허를 따고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개업을 하지 못했다. 문 기수는 유서를 통해 ‘A 선배는 기수에서 마필관리사로 전향을 하고, 면허를 딴 지 7년이 넘었는데도 매번 떨어졌다’며 제도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문 기수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제도가 폐지되자 그의 부친은 경마 공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문 기수 아버지인 문군옥 씨는 “많은 분이 도와 준 덕분에 문제가 있던 제도가 개선된 것 같다”며 “아들의 뜻대로 비리가 사라지고 공정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중원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마 종사자들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며 “아들의 마지막 뜻대로 행복하게 경마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한편 올 7월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조교사개업 심사 등에 참여한 부산경남경마공원 간부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현재 부산지검 서부지청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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