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의 역사’ 故 김지석, 길을 열어 낸 묵직한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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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쌤은 출장 중 2 /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영원한 ‘김쌤’ 고(故)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의 세계 영화제 출장기가 책으로 나왔다. 지난해 1편에 이어 2편으로 <부산일보>를 비롯해 일간지와 영화전문지에 실었던 글을 연대별로 모았다.

한국에 국제영화제가 하나도 없던 시절, 영화와는 큰 연결고리가 없던 부산에서 영화제를 만들어보겠다며 세계 영화제를 순회했던 그의 기록이다.

모센 마흐말바프 감독과 일화 등
세계 영화제 순회하며 남긴 기록

출장기는 제1회 BIFF가 열린 1996년부터 시작한다. 세계 메이저 국제영화제 중 가장 먼저 열리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출장기부터 당시만 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였던 홍콩국제영화제 출장기로 이어진다. 홍콩은 중국 귀속을 앞두고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영화제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12월 찾은 일본 피아영화제에서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 ‘수자쿠’(1996)를 인상 깊게 봤다고 썼다. 만약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이 살아있었더라면 올해 부산영화제를 준비할 때 감회가 남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와세 감독은 올해 ‘트루 마더스’로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받았고, 비록 코로나19로 칸 영화제는 열리지 못했지만 칸 2020에 작품이 선정됐다. 가와세 감독은 일본에서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드는 중견 여성 감독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달라진다.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2002)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고 정지우·이창동 감독의 작품이 세계 주요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한국 영화가 질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2001년 25번째로 열린 홍콩국제영화제 참관기는 특히 의미심장하다. BIFF의 성장으로 입지가 좁아진 데다 중국 정부의 간섭이 심해져 프로그래머 3명이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그 시절 홍콩 영화계를 이끈 주요 감독 7명이 홍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린 ‘칠중주: 홍콩이야기’였다. 그래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부산영화제 초기 출장기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비록 ‘김쌤’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영화, 영화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짧은 출장기에 남았다. ‘김쌤’의 영원한 친구 이란 모센 마흐말바프 감독과의 일화, 칸 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의 득남 소식 같은 소소한 영화인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 쌤은 출장 중>은 1편에 이어 2편도 국문판과 영문판이 함께 나왔다. 김지석 지음/호밀밭/268쪽/1만 5000원.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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