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45. 사카모토 류이치 ‘asy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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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사회 활동가와 배우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아티스트입니다. 그가 소속된 전자음악 그룹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MO)’는 1978년 결성되어 컴퓨터와 신스를 사용하는 대중음악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1980년 빌보드 200차트에 81위 그리고 빌보드 R&B 파트 37위를 기록했을 만큼 파란을 일으켰지요. 지금까지도 독일의 전자 음악 그룹 ‘크래프트베르크(Karftwerk)’와 함께 전자음악의 양대 선구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카모토는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와 실험을 통해 많은 음악적 변화를 도모합니다. 뉴욕과 도쿄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던 그가 암 선고를 받으며 팬들을 놀라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병을 극복하고 2017년 8년 만에 정규 앨범 ‘async’를 선보이며 다시 많은 화제를 낳았지요. 그의 음악은 뉴에이지, 일렉트로닉, 클래식, 팝 등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참 많은 장르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데뷔 활동인 그룹 ‘YMO’의 성격이 알려주듯 사카모토는 아주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며, 또한 지구상의 음악을 동시대의 관점에서 풀어내어 해석합니다. 음악이 어떤 장르인가 보다 아티스트의 음악이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디든 ‘창작자는 선구자적 선상에 위치해야 한다’는 중요한 화두를 몸소 실천하며 세상에 보여 준 대표적 아티스트입니다.

그의 ‘async’ 앨범은 발매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복합예술공간인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앨범의 트랙 순서와 러닝 타임을 그대로 재현한 공연을 영화로 기록해 공개합니다. 영화 ‘CODA’는 단순한 라이브 실황이라기보다 아티스트가 어떤 내용의 음악을 담아내기를 원했고, 그 창작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전달합니다. 공연보다는 ‘앨범의 재현’이라는 설명이 어울리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지요.

앨범명인 ‘async’는 ‘비동기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정보를 일정한 속도로 요구하지 않는 자료 전송 방법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1시간의 러닝타임으로 14개의 트랙이 수록된 이 앨범은 마치 사카모토 류이치가 세상에 내보내는 불규칙적이고 비정형적인 신호의 연속이자 메시지처럼 다가옵니다.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신호의 전송 작업이 끝나면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감정적 형체가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 잡습니다. 그 어떤 언어로도 설명이 불가능하고 또한 그 어떤 다른 매체로도 인식이 불가능한 음악과 소리만이 가질 수 있는 신호와 메시지가 무엇인지 느끼게 합니다. 또 사람과 음악의 관계가 무엇을 통해 연결되는지를 소름 끼치는 감동과 함께 선사하지요.

사카모토의 앨범은 경이롭고 숭고합니다. 아티스트의 삶과 도전을 통해 이를 수 있는 경지는 어디까지인지 그 경지를 함께할 수 있는 청자의 기쁨과 감동은 무엇인지를 잘 보여 주는 이 시대의 명반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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