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엘 호텔 추락 사고’ 30대 뇌사자 장기기증으로 3명 살리고 하늘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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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작업에 이용했던 리프트가 넘어진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 중 추락해 뇌사상태에 빠진 30대 작업자(부산일보 11월 6일 자 12면 등 보도)가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1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39) 씨가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끝내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30일 부산 시그니엘 호텔에서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는 작업 도중 6m 높이의 리프트에서 떨어졌다. 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졌다. A 씨의 가족은 A 씨가 뇌사판정을 받은 뒤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호텔 측 무책임한 대응에 상처 ”
유족, 진상규명 촉구 1인 시위

A 씨의 형이자 흉부외과 의사인 B 씨는 “기증을 통해 동생의 일부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는 것이 가족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했고, 동생도 뜻을 헤아렸을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에 장기기증을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는 환자들이 많다”며 “의사로서 동생의 상태를 보고 안 좋은 결과를 예상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에게 동생의 상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무너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방관적인 호텔 측 태도에 더욱 큰 상처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이후 5일째가 돼서야 형식적인 사과의 말을 전해 오는 등 사고 이후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 B 씨는 “가족을 찾아와 직접 사과의 말을 전하기는커녕, 언론 보도가 시작된 이후 호텔 측은 반박 입장만 내기 바빴다”며 “진정 어린 사과의 말 한마디 없어 가족들은 호텔 태도에 더욱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B 씨는 동생이 당한 사고와 관련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며, 13일부터 호텔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그는 “동생은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동생이 속한 업체 측에 문의한 결과 호텔 측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고 말했다.

앞서 이 사고가 발생한 뒤 B 씨는 사고의 원인이 호텔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호텔 측이 A 씨에게 제공한 유압식 리프트에 문제가 있었고, 작업 중 관리감독이 전혀 없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또 리프트에서 추락한 뒤 뇌에 손상을 입은 동생이 사고 직후 조치 없이 방치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호텔 측은 작업자가 작업 편의상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고 호텔 직원이 건강 상태를 살폈다며 B 씨 주장에 맞서고 있다. 경찰은 이 사고와 관련해 호텔 측 책임과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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