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상 작품으로 보이지만 작업의 출발점은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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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지구P서 조부경 개인전

조부경의 ‘Untitled’. 작가 제공

비구상 같은 구상. 색과 면 그리고 가는 선으로 구성된 그림 앞에서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은 비구상으로 보지만 내 작업의 출발점은 구상이다.”

조부경 작가의 개인전 ‘Recent Paintings’가 부산 금정구 회동동 예술지구P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대 미대를 졸업한 작가는 단색으로 명암을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개념을 잡아 두고 그에 따라 명암을 그려 넣는데 2002년 개인전을 하고 나니 그림이 막히더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프랑스로 공부를 하러 갔다.”

나이 마흔에 떠난 유학은 1년 만에 끝났다. “매일 퐁피두센터에 그림을 보러 갔는데 1년쯤 되니 이 나이에 이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 돌아와 해운대에 작은 갤러리를 차렸다. 13㎡(4평) 정도 공간에서 자신처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혼자서 갤러리를 지키며 남들의 그림을 보는 것도 공부가 됐다. “한동안 연필 선도 안 그렸는데 4년쯤 됐을 때 전시장 바닥에 비친 햇살을 보니 느낌이 오더라. 다시 그림을 그리자 생각하고 갤러리를 정리했다.”

이후 11년간 조 작가는 그림만 그렸다. 주택에 사는 작가가 제일 잘하는 일은 마루 소파에 앉아 가만히 바깥을 내다보는 것. 계절과 시간에 따라 빛이 바뀌는 모습은 그에게 큰 감흥을 준다. 건축물의 베란다, 기둥, 벽 등 비정형의 입방체가 그의 그림 속에 자리한 이유다. 작가의 그림을 찬찬히 보면 계단이 돌아가는 부분 등 집이 가진 건축적 구조들이 드러난다.

최근에는 2층 주택 난간의 장식적 기둥 등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도 작품에 들어왔다. “육면체는 적·청·황색 중심으로 ‘묵직한 견고함’을 표현했다면 곡선에는 ‘우아함·무중력’ 같은 이미지를 담아 핑크와 연두, 노랑과 파랑, 핑크와 녹색 같은 색채 조합을 사용한다.”

캔버스 표면에는 한두 가지 색만 보이지만, 측면을 보면 여러 색상이 반복적으로 칠해져 있다. 최소 50번에서 70번 정도는 칠하고 닦아 내며 색을 표현한 흔적이다. “물을 많이 섞어 물감을 바르고 마를 때까지 마른 붓으로 닦아 낸다. 붓의 굵기와 닦아 내는 횟수, 힘 조절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작가는 요즘 캔버스 화면 자체의 색 대응력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졌다. 그는 “옆에 어떤 색을 놓느냐에 따라서도 색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또 색 덩어리를 통해 반복과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작가 작업의 근원은 자신의 집 마당에 들던 빛이다. 작가는 매년 8월 초 제일 더울 때 해운대 백사장을 찾는다고 했다. “햇빛이 쨍할 때 해변에 서서 한동안 해변을 바라본다. 예전 그 느낌을 계속 기억하고 싶어서다.” ▶조부경 개인전 ‘Recent Paintings’=19일까지 예술지구P.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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