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공장 해체할 땐 우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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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 테크] 금탑건설

금탑건설 이종범 대표가 지난 13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본사에서 최근 해체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철거, 해체 전문’이라는 말은 일단 부정적 어감이 먼저 떠오른다. 금탑건설(주) 이종범 대표도 철거와 해체 산업의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20년이 넘게 이 바닥에 있었던 만큼 때로는 쉬운 길에 대한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 돈만 바라봤다면 그릇된 방법이 맞았을 지도 모른다”며 “장기적으로는 결국 정도를 지키는 것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 신념이 설립 24년 만에 부산 최대의 첨단공법 해체전문 건설회사가 되는데 기초가 됐다. 지역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지만 수도권에서도 대형업체를 제외하고는 금탑건설의 실적을 뛰어넘는 곳은 드물다.


은행원 출신 해체 전문 업체 CEO
철저한 신용 관리 바탕 업계 평정
다수 1군 건설사 협력업체 참여
LH 등과 해체 공동연구도 진행
“안전·환경 고려 새 생태계 필요”


■제일제당공업 해체를 맡기까지

지금도 회자되는 금탑건설의 스토리 중 하나는 2006년 ‘제일제당공업’ 건물의 해체작업이다. 제일제당공업 건물은 일본에서 자재를 들여와 부산에서 처음 세운 설탕공장이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발주하고 현대 정주영 회장이 만든 상징적 건물의 해체를 지역기업이 맡았으니 세간의 관심이 쏠릴만 했다.

이 대표는 ‘신뢰의 축적’이 의미있는 사업을 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원래 잘나가던 은행의 차장 출신이다. IMF로 가족이 하던 사업이 어려워지자 월급으로 도저히 손해를 메울 수 없었던 이 대표는 은행을 관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은행과 건설은 간격이 큰 직업군이라 처음에는 고생도 했다. 건축도 몰랐고, 해체산업은 더욱 몰랐기에 담당자와의 미팅에서 ‘물’을 먹기 일쑤였다.

하지만 수많은 자료를 독파한 덕에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지식인’이 됐다. 이 대표는 은행원답게 재무회계와 자금운용에 밝았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신용을 지켰다.

이 대표는 “당시만 해도 얼렁뚱땅 돈을 떼먹고 ‘배 째라’ 식의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았는데 이는 결국 조합원이든, 개발사든 누군가에게 피해가 된다”며 “해체산업계의 관행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신용은 오랜 기간 이어지며 수많은 업체가 선호하는 회사가 됐다. 롯데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1군 건설사들의 협력업체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대표는 “지역업체 중에 우리만큼 많은 건설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된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건설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공장이나 부속 건물 해체 작업이 있으면 금탑건설을 찾는다.

■해체 산업의 뉴노멀 만들 것

금탑건설은 24년간 인명피해가 없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해체 작업은 순간의 작은 실수가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대표는 “항상 철저하게 환경을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공법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무사고의 비결”이라며 “때로는 사업기간이 늘어나거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공사는 절대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항상 새로운 기술을 연구, 현장에 적용하고 이를 토대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것도 무시 못 할 수 없다. 금탑건설이 압쇄공법, 워터젯 공법, 다이아몬드 와이오쏘 공법 등 소음, 진동, 분진이 최소화된 최신 공법에 능한 하이테크 해체전문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금탑건설은 경북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함께 ‘해체산업과 관련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수도권 대형업체들이 아닌 금탑건설이 연구 파트너로 선택된 배경에는 이물질, 폐기물의 분리배출에 철두철미하기로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 이는 해체산업이 발달한 일본 사례를 꾸준히 연구한 결과라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한국은 덤프트럭 한 대로 끝날 것을 일본은 유리는 유리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매우 세분화해 작업을 하고 있더라”며 “해체산업은 환경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결국은 일본처럼 세분화된 방식으로 트렌드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도전과 연구는 금탑건설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인증하는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부산시에서 인증하는 우수기업인, 중소기업품질경영대상, 대한민국녹색경영대상 등 다양한 수상도 가능하게 했다.

이 대표는 “해체 산업이 단순히 빠르게 기존에 건물을 부수고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과 환경을 고려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며 “24년간 무사고 경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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