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산의 미래 그리는 ‘발칙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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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식 라이프부장

부산은 산, 강, 바다가 있어 흔히 삼포지향(三抱之鄕)의 도시라 한다. 그래서 금정산을 품은 동래는 부산의 자부심이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부산의 역사며, 해운대는 부산의 자랑이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렇게 산과 강, 바다가 멋지게 어우러진 도시를 찾기는 쉽지 않다.

산과 강, 바다 중에서도 강은 산과 바다를 이어주는 중간 매개체라는 점에서 도시의 실핏줄이다. 하지만 이런 도시 실핏줄을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놓치며 살고 있다. 이제라도 이 실핏줄을 제대로 살피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곳에 부산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4월엔 부산시장 보궐 선거도 예정돼 있으니, 시장이 되고자 하는 이는 어쩌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시장을 가슴에 품은 이는 향후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부산의 도시플랜’ 정도는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도시 실핏줄인 동천, 낙동강, 수영강
어떻게 그리느냐에 부산 미래 달려
자연 생태, 문화, 관광 잘 버무리면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도시 될 터
시장 꿈꾸는 이여, 도시를 상상하라!

우린 발칙한 상상들이 현실이 되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그렇다면 부산의 미래를 그리는 이런 발칙한 상상은 어떨까? 동천과 낙동강, 수영강 이렇게 세 개의 강을 축으로 도시를 그려보는 것이다. 일종의 현대판 치수(治水)라고나 할까. “왜 하필 이 세 곳인가”라고 묻는다면, 이들은 인접하지 않으면서 부산의 원도심 역사, 자연 생태, 관광·문화와 같은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동천은 부산의 근대 역사다. 부산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강이나 천(川) 중 동천처럼 근대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관통해 흐르는 곳은 없다. 북항의 곡물창고, 조선통신사 역사관, 다양한 전통 시장들, 부산시민회관, 골드테마거리, 삼성의 모태 제일제당 자리, 서면카페거리, 신발메카, 부산시민공원 등 북항에서 초읍 어린이대공원까지 이어지는 동천 주변엔 부산의 근·현대 역사가 살아 숨 쉰다. 한데 이런 동천이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북항에서 서면까지의 물길엔 프랑스 센강처럼 배를 띄우고, 서면부터 어린이대공원까지는 복개(覆蓋)된 것을 걷어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상의 나래를 더 펼쳐본다. 북항에서 동천으로 이어지는 물길 입구엔 30~40명의 관광객을 실어나를 유람선이 떠 있다. 배에 타면 부산의 근·현대 역사가 문화해설사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어떤가?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문제는 동천의 오염이다. 적어도 동천의 수질을 온천천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1~2년 만에 이루어질 순 없다. 최소 10년을 내다보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낙동강은 전남의 순천만을 배워야 한다. 낙동강 하구와 순천만은 모두 국가 지정 습지보호지역이다. 생태적 자산이나 자원으로 보면 사실 순천만은 낙동강 하구와 비교가 안 된다. 지정 규모는 물론이고 철새가 노는 영역으로 봐도 낙동강 하구가 순천만보다 훨씬 넓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순천만을 찾던 흑두루미는 60~70마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2000여 마리가 찾을 정도로 크게 늘었다. 반대로 낙동강 하굿둑을 찾는 철새들은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순천만은 다양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해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면, 낙동강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콘텐츠나 비전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순천만의 성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낙동강 하구를 다시금 되돌아봐야 한다. 낙동강의 성공은 생태 환경의 완벽한 보존과 더불어 다양한 생태 콘텐츠 창출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 압력을 막아내기 위한 저지선 차원에서 순천만 정원이 시작되었듯이, 때론 과감하고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부산의 미래를 그려보는 또 하나 상상의 축은 수영강이다. 수영강과 영화의전당을 활용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는 부산의 내일을 밝히는 등대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영화의전당 앞 도로를 지하화해 영화의전당-APEC 나루공원-수영강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여기에 중국 저장성 항저우 서호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실경뮤지컬 ‘인상서호’나 오스트리아 호반 도시 브레겐츠의 여름 선상 야외 오페라 같은 공연이 수영강 위에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수영강 위에 거대한 이동 또는 고정 무대를 설치해 오페라, 뮤지컬 같은 문화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다. 브레겐츠시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전용 건물을 짓고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대를 만들어 세계인의 발길을 붙잡았다.

부산의 미래는 이들 세 곳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도심의 역사, 자연 생태, 관광과 문화를 잘 버무린다면, 세계 어디를 내놔도 손색없는 최고의 도시가 될 터이다.

시장을 꿈꾸는 이여, 먼저 도시를 상상하라. 그러면 부산이 행복해진다.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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