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백 10%→ 6%→ 중단, 11개월 만에 ‘신용 잃은 동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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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의 캐시백(사용 금액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서비스) 혜택이 도입 11개월 만에 중단됐다. 부산시는 ‘이미 예고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아 지역화폐 신뢰도를 추락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산 지원에만 기댄 동백전 플랫폼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캐시백 중단’은 언제든지 재연될 우려마저 제기된다.

예산 소진돼 17일부터 중단
내년 예산 확정되면 운영 재개
캐시백 없으면 일반 체크카드
예산에만 기댄 취약한 구조와
캐시백만 부각된 형태 개선해야



■점점 줄더니 결국 중단까지

부산시는 동백전 캐시백 예산 소진으로 17일부터 지급을 일시 중지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17일 이전에라도 캐시백이 소진되면 서비스는 중단된다. 부산시는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면 다시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백전의 캐시백 중단은 관련 예산 소진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운영된 동백전은 도입 초기 10% 캐시백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4월 말 처음으로 캐시백 중단 위기를 겪었다. 이후 부산시는 예산 추가 확보와 요율 조정(50만 원 한도 6%)으로 캐시백 혜택을 지속시켰다. 하지만 예산 부족 사태가 지속되자 부산시와 시의회, 소상공인 등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정책위원회에서 캐시백 요율을 재차 조정해 7월부터는 구간별로 캐시백 요율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당시 부산시와 정책위원회는 캐시백 요율을 낮추더라도, 동백전 사용 기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요율을 조정했다.

올해 시민들이 충전한(발행한) 동백전 금액은 1조 2000억 원(12일 기준)이고, 캐시백 예산은 909억 원 규모다. 즉 시민들은 동백전으로 1조 넘는 돈을 지역의 소상공인에게 사용하고, 부산시는 1000억 원 가까이 여기에 더해 지역 상권에 돈이 흘러가도록 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침체 위기에 빠진 골목 상권에 동백전이 ‘긴급한 수혈’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지역화폐에 캐시백 요율의 변동과 중단 사태는 치명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제대 송지현(국제경상학) 교수는 “부산시가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과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당장 내달 동백전 플랫폼 내에 문을 열 예정인 ‘온라인 쇼핑몰’의 활성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온라인 쇼핑몰은 동백전 플랫폼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로, 골목 상권 활성화와 동백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캐시백 혜택이 없으면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해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이종택 소상공인지원담당관은 “예산 부족에 따른 캐시백 중단은 이미 4월에 발표한 바 있다”며 “온라인 쇼핑몰 오픈 이벤트를 통해 캐시백 혜택에 버금가는 유인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캐시백

문제는 캐시백 중단 사태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산에만 기댄 취약한 구조 때문이다. 올해처럼 사용금액의 예상 수준을 넘어서면 언제든지 캐시백 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다. 캐시백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일반 체크카드와 동일하기 때문에, 지역화폐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

부산시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동백전이 사용될 것으로 판단해, 상반기 동백전 예산안에 630억 원(운영수수료 포함)을 배정했다. 7월 캐시백 요율 조정 후 일 평균 2억 원의 캐시백 예산이 소진되는 추이를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캐시백 중단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했다.

전문가들은 동백전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캐시백에만 기댄 플랫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동백전은 사용자 편의 중 ‘캐시백’만 부각된 형태여서, 캐시백 요율에 운명이 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동백전 플랫폼은 배달이나 온라인 쇼핑, 발 빠른 시정 전달과 시정 참여를 위한 창구 등 다양한 기능으로 캐시백이 아니더라도 동백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당초 출발과 달리 별다른 부가 서비스가 없는 형편이다. 지역의 소상공인들도 동백전을 통해 자체 할인을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캐시백 혜택 중단으로 동백전이 제 기능을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예산에만 기대어 운영되는 현재의 동백전 플랫폼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송 교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정책을 ‘못 타 먹으면 바보’라는 개인주의적 소비 성향을 부추겨 포퓰리즘 정책으로 격하시킨 관료주의적 폐해를 넘어서야 동백전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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