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코로나와 남성 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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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코로나19가 일상이 되어가면서 일부에서 바이러스의 위험에 무뎌져 가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젊은이들 중에는 설마 나는 감염되지 않겠지, 운없이 감염되더라도 가볍게 앓고 넘어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경종을 울리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어 지면을 빌어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모양의 S-단백은 폐, 심혈관계, 신경계, 신장, 위장관계 등에 분포되어 있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ACE2) 수용체에 달라 붙어 세포 내로 침투한다. 그런데 이 수용체가 남성의 생식기인 고환이나 전립선에도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달초 미국 마이애미 밀러 대학병원 소속 라마자미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는 눈 여겨 볼만한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사망한 6명의 고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정자 형성 기능이 손상되어 있었으며, 바이러스가 고환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와 이미 완치된 환자의 고환 조직에서도 바이러스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생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세계 남성불임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 남성불임연구센터에서 코로나19가 남성 생식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있거나 혹은 회복중인 환자의 약 5%의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는 코로나19가 성관계를 통해서도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의미라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 같은 시술을 하기 전에 반드시 남성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남성은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인에 비해 떨어져 있다. 남성호르몬 저하와 이로 인한 성기능 저하까지도 직, 간접적인 관련성을 밝히는 연구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여성 감염자가 남성에 비해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사망률이 더 낮고 중증 환자가 적은 편인데,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코로나19에 감염된 많은 환자가 경증이나 무증상이고, 더욱이 젊은 남성에서는 치명적인 중증 환자로 발전하는 경우는 많지는 않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남성 생식기관에 조용히 침투하여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은 젊고 건강한 남성이라도 절대 놓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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