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미세플라스틱 제거 액체자석 만든 아일랜드 청소년 같은 아이 길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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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이라는 영화를 만든 호주 감독 데이먼 가뮤는 이 세계는 기술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스토리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어요. 과거 사람들은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 있고 하늘에도 신이 있다고 여겼어요. 인간은 자연에 속해 있는 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물을 바쳤고 자연을 경배했어요. 그것이 스토리였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자연은 보호해야 할 대상, 지배하고 활용하는 대상이죠. 인간이 모든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죠. 자연은 액자에 불과해요. 그 안에 인간은 없죠. 하지만 이제 스토리가 바뀌어야 해요. 인간은 자연을 거스를 수 없고 오히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해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작가이고 감독이에요. 사진이나 음악, 영화 같은 예술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지금과는 다른 세계, 다른 스토리를 제안할 수 있는 힘은 ‘교육’에 있어요.”

포럼 등서 기후위기 문제 지속 제기
부산 인디고서원 이윤영 실장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작가이자, 기획자이자, 교육자인 이들이 부산에 있다. 인디고서원은 지난 몇 년간 포럼과 북페어, 인문학캠프, 강연 등을 통해 청소년과 일반 시민들을 만났고 기후위기 문제, 나아가 스토리와 세계관의 문제에 대해 얘기해왔다.

올 8월 기후위기 문제 등을 다루며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2020 인디고 유스 북페어’에는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도 온라인으로 많이 참여했다.

인디고서원 이윤영 실장은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이들은 석탄을 많이 쓴 사람들인데 피해는 그렇지 않은 이들, 정반대에 있는 사람들이 입고 있다. 기후정의를 이야기할 때 부자와 빈자,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 세대 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라면서 “기후위기를 공부하는 많은 이들이 그래서 오히려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시민의 힘을 강조한다”고 했다.

인디고서원은 남천동에만 머물지 않고 5년 전부터는 각 학교로도 많이 나가고 있다. “아이들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린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전인수 학생도 인디고서원에서 처음 기후위기 문제를 접한 뒤 환경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핵발전소 건립을 막았던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는 그런 시도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긴 플랜을 짜 녹색당 시장을 당선시키고 생태교육 센터를 만들었어요. 공생의 가치가 왜 중요한지 학교에서도 가르쳤죠. 이후 도시는 태양에너지를 가장 잘 활용하는 도시가 됐어요. 프라이부르크 도심엔 절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고요. 시민들이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해요. 차를 타게 만드는 도시는 좋은 도시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차를 몰 수 없죠. 자동차는 아이들을 종속적으로 만드는 도구이기도 해요.”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고,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파국을 맞을 상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장은 “아이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기보다 그 너머에 있는 아름다움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참고 견디고, 의무감에 시달리면 꺾이고 말아요. 크리스 조던은 아름다운 바다새들을 보여주며 생물들이 살아나고 건강해지는 상상을 하게 했어요. ‘2040’ 영화가 좋았던 것도, 2040년, 저런 세상에 살고 싶다는 상상을 하게 해서죠.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생물학자는 지구의 절반을 다른 생물종에게 내어줘야 한다고 해요. 그러면 얼마나 멋진 생물종들이 살아 돌아오는지 보자고요. 최근 ‘구글사이언스페어 2019’에서 1등을 한 사람이 아일랜드 청소년이었어요. 액체자석을 만들어 물속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해 그 아이디어로 1등을 했죠.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아이를 길러내는 교육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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