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목욕탕 탈의실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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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대로 겨울을 앞두고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3차 대유행 조짐을 보인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단 엿새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고, 독일과 이탈리아 러시아 등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훌쩍 넘는 등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규 확진이 사흘 연속 200명 넘게 발생했다. 수도권과 강원권에선 거리 두기 1.5단계로의 격상이 임박했다는 방역당국의 예고도 나왔다.

최근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지만, 실제로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이 나오더라도 국내 접종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야 가능하다. 화이자가 밝힌 내년까지의 백신 최대 생산량은 7억 명 접종분이 채 안 되는 데다, 물량을 입도선매한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달리 한국은 아직 화이자와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접종이 더 늦어질 수 있다. 이번 겨울은 물론 자칫 내년 겨울까지도 코로나와 혹독하게 싸워야 하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나마 우리는 일상의 불편은 물론 생업 피해까지 감수하면서 방역 당국의 생활 속 거리 두기 조치를 묵묵히 실천하고 방역 관리를 상대적으로 엄격히 한 덕에 대규모 발생을 막아왔다. 미국과 유럽 등의 코로나 감염 재생산 지수는 3~4를 넘길 정도지만, 한국은 1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피로감은 쌓여가고 있다. 300일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코로나와 싸우면서 지쳐가고 경각심도 느슨해지는 듯하다.

특정 집단이나 시설의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엔 가족과 지인 모임, 직장 등 일상생활에서의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40대 이하 감염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편으론 세세한 규제가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오히려 더 무디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리 두기 조치가 기존 3단계에서 5단계로 바뀌었고, 최근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까지 내려졌다. 거리 두기 개편의 경우 코로나와의 장기적인 공존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획일적 시설 폐쇄를 최소화하고, 시설 위험도에 따라 정밀한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는 방역당국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단계가 쪼개지고 그에 따른 각종 조치도 복잡해지면서 국민들의 수용성은 오히려 더 떨어진 감이 없지 않다.

여기에 지난 13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까지 시행되면서 코로나 대응 국민 수칙은 더 복잡해져 버렸다. 기존 거리 두기 수칙에 있던 마스크 착용 조치가 보다 세분화되면서 중점관리시설과 일반시설 등에서의 의무 착용과 과태료 부과 조치가 시행됐다. 여기엔 뜬금없이 목욕탕과 수영장 탈의실까지 포함됐다. 탕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마스크를 쓰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방역당국은 단속이 아닌 계도 목적이라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현실성 없는 규정들은 오히려 방역 행정에 불신을 초래하고, 지나친 규제는 독이 될 수 있다. 코로나와 아직도 긴 시간을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실내든 실외든 다른 사람과 2m 거리 두기가 어려울 때는 가능한 늘 마스크를 착용하자’는 간명한 메시지 전달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강희경 사회부 차장.hi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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