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 새고 자동 항온·항습 안 되는 시립미술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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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에 빗물이 새고 천장이 내려앉은 것도 모자라 전시 작품이 부풀고 크랙(균열)이 가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한다. 대책 마련에 나선 부산시는 시립미술관 방수와 천장 공사를 위한 예산 2억 6000만 원을 배정했다. 문제는 이 예산으로 우선 급한 방수와 내려앉은 천장 공사 등은 가능하겠지만 전시장 내 자동 항온·항습 시스템은 손도 못 댄다는 것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공공미술관에 제대로 된 자동 항온·항습 시스템이 없어서 일일이 사람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가 하면, 그마저도 한계에 다다라 가정용 제습기를 돌려서 습도를 맞춰야 한다는 현실이 블랙코미디 같다.

지은 지 22년… 변화가 필요한 시기
응급조치 아닌 근본적인 개보수돼야

지은 지 22년이나 된 미술관이니 어디가 탈이 나도 날 만하다. 특히 시립미술관 전시실의 항온·항습 문제는 수년째 지적돼 왔다. 이는 다시 말해 방수와 천장 공사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시립미술관 리노베이션은 그 연장선상에서 제기됐다. 시도 당초 131억 원을 들여 일부 수리만 진행하려다 260억 원을 들여 전체를 고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시는 예산 증액에 대한 행정절차를 이유로 내년 본예산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그나마 시의회 등의 지적을 받아서 리모델링 실시설계비는 내년 1차 추경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것도 그때 가 봐야 안다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본예산 반영을 철석같이 약속했지만 시는 지키지 않았다.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이 변하고, 시민들의 기대감 또한 달라지고 있다. 국제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미술관 설립의 필요성이라든지 또 다른 20년을 준비하는 21세기 미술관이 되기 위해선 근본적인 리노베이션이 필요하다. 현재 시립미술관은 주현관 출입구와 내·외부 연결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 처음 미술관을 찾은 사람은 입구를 찾는 것조차 힘든 구조다. 문턱을 낮춘 열린 미술관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부산미술의 의미를 확장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시에 첨단 동시대 미술을 무리 없이 만날 수 있는 공간 구현이 시급하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리노베이션을 해야 한다. 더 이상의 ‘땜질식’ 응급조치는 안 된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절대 빠르지 않다. 국내 1호 국제관광도시 선정에 이어 2030 월드 엑스포 유치에 적극 나선 부산이다. 현재 속도라면 국제관광도시 사업이 끝나는 2024년까지도 시립미술관 리노베이션은 빠듯하다. 부산을 찾는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에게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시립미술관의 변신은 빼놓을 수 없다. 뉴욕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밴쿠버 아트 갤러리 등 리노베이션을 통해 운영 시스템과 경영 방식의 변화를 모색한 것을 참고할 만하다. 한 도시의 품격이라고 할 만한 부산 대표 미술관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부산시의 대응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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