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으로 간 도서관… 할머니와 손자 함께 책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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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가 경로당 두 곳에 ‘세대 간 징검다리’가 되어줄 작은도서관을 선보인다. 북구는 16일 “지역 내 경로당 두 곳에 ‘상학도서관’과 ‘솔밭도서관’ 준공을 마치고 다음 달 개관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도서관 두 곳은 부산 북구 만덕동 상학경로당과 화명동 용두골솔밭경로당 내에 마련됐다. 각각 북구 디지털도서관과 화명도서관 분관으로 운영된다. 부산시가 작은도서관 형태로 첫선을 보이는 공공도서관 분관이다.

부산 북구 작은도서관 두 곳
경로당 리모델링해 12월 개관
부산 첫 공공도서관 분관 운영
“세대 공존하는 열린 공간 기대”




부산 북구 경로당에 들어설 예정인 상학도서관(왼쪽)과 솔밭도서관.  강원태 기자 wkang@


공교롭게도 작은도서관이 들어서는 공간은 모두 경로당이다. 북구는 경로당을 지역의 노인 이용 수요에 맞추는 방향으로 리모델링했다. 노인 이용 인구가 줄어든 상학경로당은 2층 건물 중 1층에만 약 60㎡ 크기로 경로당을 남겨두고, 나머지 1층과 2층을 합쳐 약 171㎡ 규모를 상학도서관으로 바꿨다.

반대로 여전히 노인 이용 인구가 많은 용두골솔밭경로당은 1층 135㎡를 그대로 경로당으로 운영한다. 대신 2층을 증축해 187㎡ 규모의 솔밭도서관을 마련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노인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의 경로당은 면적을 나눠 도서관으로 바꿨고, 이용률이 높은 지역의 경로당은 증축을 통해 도서관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북구는 도서관이 경로당이라는 공간 안에 자리를 잡아 책을 원하는 주민의 수요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세대 간 소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북구 교육지원과 측은 “지역에서 접근성이 높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던 끝에 경로당 공간을 작은도서관으로 선택하게 됐다”며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과 손자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북구는 도서관마다 여러 세대를 아우를 문학 도서부터 아이들 교육을 위한 영어 원서까지 7000~8000권에 이르는 책을 마련해 비치할 계획이다. 또 노인층과 젊은층이 한데 어울리는 행사를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연령층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세대 간 화합과 소통을 도모할 계획이다.

정명희 북구청장은 “북구에 150개가 넘는 경로당이 있는데 다양한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만들었다”며 “명절에 송편 빚기 등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구는 작은도서관에 디지털도서관과 화명도서관 등 본관과 연계한 대출·반납 시스템도 적용할 계획이다. 더욱 많은 도서를 손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조처다. 북구는 관내 다른 공공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분관에서 반납할 수 있고, 본관 책을 분관인 작은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도록 예약 시스템 도입까지 검토 중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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