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민원에 갈 곳 없는 노숙인, 겨울나기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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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부터 심야시간에 대합실을 폐쇄한 부산역이 겨울에도 폐쇄 기조를 유지하기로 해 노숙인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오후 부산역 바깥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 정대현 기자 jhyun@

전국 노숙인의 마지막 쉼터 역할을 하던 KTX부산역 대합실이 심야에 문을 닫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숙인들이 전담 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마저 찾아갈 수 없게 되면서 벌써부터 겨울 노숙인 수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이하 코레일)는 16일 “올 5월 6일부터 심야시간(오후 11시~오전 4시)에 동구 초량동 KTX부산역의 코로나19 방역과 역사 청소 등을 이유로 대합실을 임시로 폐쇄했다. 적어도 올해까지는 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부산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야간시간에도 개방되는 역사였고, 그 탓에 전국의 노숙인이 몰려드는 역사이기도 했다.

KTX부산역 대합실 심야 폐쇄
야외광장 등서 겨울밤 지새워야
부산의료원 코로나 대응에 진력
노숙인 병 나도 치료에 한계
동구청, 노숙인TF 꾸리고 대처

동구청과 노숙인 지원시설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부산역에 상주하는 노숙인은 약 60명. 코로나19 여파로 부산진역에서 무료 급식이 중단되자 이곳의 노숙인까지 부산역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당장 이들은 심야시간 대합실 폐쇄로 올해 겨울부터는 역사 밖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

이들은 KTX부산역 야외광장의 부산유라시아플랫폼 계단 등지에서 추위를 피해 지내고 있고, 일부는 부산역 등 인근 도시철도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자리도 잠자리지만 유일하게 노숙인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부산의료원의 인력과 시설이 모두 코로나19에 투입되는 바람에 동사 등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처음으로 심야시간에 부산역이 문을 닫으면서 특히 노숙인 동절기 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이들이 동사 등 건강문제를 호소하면 부산의료원에서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다들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코레일 측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지 않았고, 부산역에 노숙인이 더 몰리는 탓에 심야시간 대합실 개방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일단 영구적인 폐쇄는 아니지만 아직 코로나 상황이 많이 좋아지지 않았고, 역사 청결 문제 등과 관련한 노숙인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아 대합실 개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KTX서울역의 경우 2011년부터 민원 유발 등을 이유로 ‘노숙인이 역사 내에서 잠자는 행위’를 금지한 바 있다.

일단 동구청과 노숙인 지원기관은 격일로 현장에 나가 노숙인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응급상황으로 실내로 몸을 피해야 하는 노숙인을 위해 임시로 기거할 수 있는 ‘응급구호방’ 15곳도 마련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노숙인 TF를 꾸려 각 구·군청, 쪽방 상담소, 경찰, 부산시가 정보를 공유하고 긴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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