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입주권 쪼개기’ 소문, 사실이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지역 재개발 구역 무허가 건물을 대상으로 무더기 ‘불법 입주권 쪼개기’를 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은 재개발 구역 내 무허가 건물 지분을 몰래 분할해 입주권을 불법으로 취득한 조합원 수십 명을 적발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17일 무허가 건물 입주권을 분할하는 이른바 ‘입주권 쪼개기’ 수법으로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주택법 공급 질서 교란 금지 위반 등)로 재개발 A구역 전 조합장 B 씨 등 조합원 25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B 씨 등은 건물 1채의 집주인을 여러 명으로 등록하는 수법으로 건물 16채를 45채로 쪼갠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조합장·조합원 등 25명 적발
무허가 건물 16채를 45채로 분할
불법 입주권으로 67억 부당 이득
부산남부서, 기소의견 검찰 송치

재개발 정비구역 내 건물은 무허가라 할지라도 소유자에게는 아파트 입주권을 준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무허가 건물 1채당 소유주를 3~4명으로 몰래 지분을 분할해 입주권을 늘렸다. 경찰은 B 씨 등이 이렇게 억지로 만든 입주권 29개로 67억 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추산한다. 전 조합 간부의 가족과 친인척도 입주권 쪼개기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법 제65조 ‘공급질서 교란 금지’ 1항에는 ‘누구든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법에 따라 건설·공급되는 증서나 지위 또는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은 이들이 조합의 정당한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B 씨 등은 조사 과정에서 해당 혐의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 등이 속한 남구의 재개발 A구역은 4000여 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예정지다. 지난해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현재 대부분 이주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문 브로커가 ‘뚜껑’이라고 불리는 무허가 건물을 상대로 입주권 쪼개기를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동안 불법 입주권 쪼개기는 차명거래와 탈세 가능성이 높아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A 구역의 한 조합원은 “‘재개발 도사’라고 불리는 사람이 재개발 구역을 돌며 무허가 건물 위주로 이 같은 작업을 한다고 들었다. 분양신청서 수십 장을 한 사람이 받아가서 한꺼번에 작성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로 드러나 충격이다”면서 “조합장이 조합과 일반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준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주권 쪼개기라는 소문을 듣고 수사에 들어갔고 오랜 수사 끝에 이런 사실들을 밝혀냈다”면서 “해당 행위는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라고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